자녀 출생신고도 못 하는 미혼부…"아동인권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

입력 2019-11-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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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

(자료=김상희 의원실)
(자료=김상희 의원실)

미혼부 ㄱ씨는 6년째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 출생신고를 못 하고 있다. 중국인 아내가 출산 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가서다. 어린이집은 물론, 학교에도 못 보낼 상황이다. 예방접종조차 못 했다. ㄱ씨는 6년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고 있지만, 아직도 방법을 못 찾고 있다. ㄱ씨의 아이는 법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미혼부의 출생신고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부모가족 복지상담소 등과 공동으로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친모의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는 미혼부 자녀는 출생신고가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 혼외자의 출생신고는 모(母)만 가능하다. 2015년 친부임이 확인되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사랑이법’이 시행됐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미혼부들의 출생신고가 거부당하고 있다.

출생신고가 거부된 아동은 관리번호를 받아 필수예방접종 등 국민건강보험, 아동수당 등 복지급여, 양육수당 등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이런 정보는 주민센터 단위에서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등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친권자의 부재로 다른 대부분 권리는 제한된다.

발제자로 나선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사랑이법' 시행 이후에도 모의 인정사항이 특정되지 않는 사례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갈리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모의 성명과 기준등록지,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출생신고가 허가되지 않았다. 모든 인적사항이 확인돼도 신분조회가 불가능한 경우엔 출생신고가 불가했다.

이후 몇몇 사례에서 출생신고가 허가됐으나, 그 과정은 복잡하다.

모의 인정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엔 미혼부가 그 이유를 소명해야 하고, DNA 검사로 부와 자녀 사이의 혈연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DNA 검사에는 경제적 부담이 따르고, 모의 인정사항을 알 수 없는 이유를 소명하는 과정에선 모와 관계, 헤어진 과정을 상세히 서술해야 한다. 모가 기혼여성이라면 자녀가 모의 남편(법률혼)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미혼부의 출생신고 절차가 엄격한 건 중복 출생신고 우려 때문이다. 미혼부 자녀의 모가 기혼여성인 경우, 그 자녀는 혼외자라고 해도 친생추정으로 법률혼 관계인 남편의 자녀로 인정된다. 그런데 친생부의 출생신고가 허용되면 친생추정이 번복돼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가족관계에 해당한다’는 가족관계법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함에 있어 미혼부가 과도하게 자신의 신상을 기술하고 호소해야 하는 것은 미혼부에 대한 인권침해는 물론, 신속한 출생등록이라는 아동인권 보장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송 연구위원은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선(先)신고, 후(後)친생확인’ 방식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김상희 의원은 “미혼부 자녀들에 대한 차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현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오늘 제안해준 정책 내용을 중심으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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