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채권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내국인의 대외투자(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대외금융부채)를 뺀 순국제투자(순대외금융자산)가 사상 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아직 더 늘릴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민간부분 외화자립도도 굳건해지고 있다. 순국제투자에서 정부가 보유한 외화보유고 성격인 준비자산을 뺀 민간부문외화자립도가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최근 증가세를 이어가던 단기부채 비중은 3분기만에 축소전환했다. 중국계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한 역외거래가 감소한 영향이다.
대외투자는 1조6395억원으로 전분기말(1조615억)보다 181억원 늘었다. 거주자의 증권투자(+163억원) 증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국인투자는 1조1369억원으로 전분기말(1조1592억원)대비 223억원 감소했다. 비거주자의 증권투자(-201억달러)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이는 주요국 주가 상승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증가한 반면, 원화가치 하락(절하,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내주가 하락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실제 3분기중 주가흐름을 보면 미국(1.2%)과 유럽연합(EU)(2.8%), 일본(2.3%), 브라질(3.7%)이 상승한 반면, 중국(-6.3%)과 한국 코스피(-3.2%)는 하락했다. 원화 역시 1156.8원에서 1201.3원으로 올라 3.7% 절하됐다.
순대외채권은 4798억달러으로 전분기말(4711억달러)에 비해 87억달러 늘었다. 대외채권은 전분기말대비 48억달러 증가한 9380억달러를 보였다. 이중 준비자산은 전분기말보다 2억달러 증가한 4033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외채무는 39억달러 감소한 4582억달러였다. 이중 1년 미만 단기외채는 62억달러 감소한 1338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1년 이상 장기외채는 24억달러 증가한 3244억달러를 나타냈다.
대외채권과 채무란 대외투자와 외국인투자에서 직접투자부문에서는 지분을, 증권투자부문에서는 펀드를 포함한 주식과 파생금융상품 등을 제외한 확정 금융자산과 부채를 말한다.
단기외채 비중을 대외채무와 준비자산과 비교하면 각각 29.2%와 33.2%를 보였다. 직전분기에는 각각 30.3%와 34.7%를 기록해 각각 6년반과 4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그간 단기외채 비중 증가는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외은지점 영향이 크다. 이들은 자국 상업은행 등으로부터의 단기차입을 하거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저원가로 자금을 조달한 후 자국 기업들에게 대출하면서 수익을 창출해 왔다.
최진만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순국제투자 증가는 투자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추세적으로 대외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순국제투자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 GDP대비로 봤을 때 더 늘어도 무리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부문 외화자립도 증가 역시 대외리스크에 대한 완충망 강화나 대외지급 능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