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한국에서 '좋아요' 수를 숨기면서 사용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는 사용자는 반색하는 반면,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거나 콘텐츠를 공급하는 크리에이터, 홍보회사는 수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14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5개국 사용자 일부를 대상으로 ‘좋아요’를 받은 숫자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해당 사용자가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면 '좋아요'를 몇 개 받았는지 공개되는 대신 'OO님 외 여러 명'이라고 표시된다. 정확한 수치는 해당 계정을 사용하는 소유자만 볼 수 있다.
'좋아요'는 인스타그램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기능이다. 사용자들은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사진들을 올리며 인스타 셀럽을 꿈꾼다. 따라서 이번 실험은 자사의 상징적인 서비스 개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사건인 셈이다.
인스타그램의 이런 테스트는 한국에 앞서 지난 5월 캐나다,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 7개국에 처음으로 실시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 측은 일부 사용자에게만 시범적으로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서도 '좋아요'가 안 보이는 사용자를 무작위로 선정했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다. 테스트 기간도 말해주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향후 확대 적용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는 용도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괜찮다'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게시물을 올린 뒤, 자연스레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고 타인의 시선도 덜 신경 쓸 수 있어서다.
직장인 강지구(29) 씨는 "'좋아요' 숫자가 보이다가 안 보여서 신기했다"면서 "다른 사람이 올린 게시물의 '좋아요' 수를 볼 수 없어 마음이 편하다. 광고 글도 내가 관심 있는 것만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용자의 반응은 인스타그램의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인스타그램은 '좋아요' 수가 게시물의 평가 기준이 되면서 올리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로 이 기능을 도입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사용자들이 게시물을 올리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지 걱정하기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소매업을 하거나 콘텐츠를 공급하는 크리에이터, 홍보회사는 이와 같은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에서 수익 활동을 펴는 이들에겐 '좋아요' 수를 가리는 정책 변화가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수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김소은(33) 씨는 "사람들의 소비 경향을 보면 '좋아요'가 많이 받은 물건을 사는 일이 많다"면서 "'좋아요'가 안 보이게 된다면 어떤 게 잘 팔리는 물건인지 손님들이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보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박창하(29) 씨는 "SNS 콘텐츠 업로드 시 파급력을 알기 어렵고, 경쟁사가 올린 콘텐츠의 성과도 알기 어렵게 된다"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분석하거나 유행 역시 읽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외국계 홍보 대행사 관계자 역시 "'좋아요' 수가 안 보이게 될 경우 광고 효과가 결국 줄어들게 된다"면서 "SNS 홍보 예산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것 같아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측은 이러한 걱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 마케팅 용도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인스타그램이 매출지표로 작용하는 사용자들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을 이미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험운영이라는 것은 기능을 점진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면서 "모두가 사용하기 좋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