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연말 유통가, '퍼펙트스톰' 닥치나…유통공룡도 '비상등' 켰다

입력 2019-11-24 18:00 수정 2019-1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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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1-2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10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3개월 연속 감소세다.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572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가계 부채 증가로 소비여력이 줄면서 디플레이션 징후가 소비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과거 쇼핑 비수기로 불렸던 11월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까지 겹쳐지면서 쇼핑 성수기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이마트 ‘쓱데이’, 롯데의 ‘블랙페스타’, G마켓·옥션·G9의 '빅스마일데이', 티몬의 ‘111111(십일십일십일)’ 등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유통업체들이 각종 할인 혜택에 마케팅 열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이 활짝 열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세일 중인 백화점 매장에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을 사는 사람은 적고, 대형마트에는 초저가 상품에만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유통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보다 현재의 디플레이션 경고를 더 큰 위기로 체감하는 분위기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기업들마저 속속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롯데그룹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지주·계열사 등 주요 임원 150명이 참석한 경영간담회에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롯데쇼핑이 소비 침체와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3분기 연결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6%나 감소한 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신세계그룹도 2분기 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의 수장으로 사상 처음 외부인사를 발탁하면서 위기 극복 카드를 꺼내들었다.

CJ그룹은 조만간 지주사의 조직슬림화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인력이 대거 계열사로 이동할 전망이다. 주요계열사인 CJ제일제당도 쉬완스 인수 등으로 해외 매출은 늘었지만 내수 시장은 투자대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85.45%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서울 가양동 부지(10만5762㎡)를 매각해 현금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내수 기업들은 과거와 다른 소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생활지표’에서 3대 소비생활분야로 ‘식(식품·외식)’과 ‘주(주거·가구)’에 이어 ‘의류’가 빠지고 ‘금융(금융·보험)’이 이를 대체했다. 지갑이 얇아지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품목이 옷이다 보니 해외 명품 브랜드나 가성비를 내세운 SPA 브랜드만 일부 선전할 뿐 국내 여성복·남성복 등은 둔화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소비 패러다임이 이커머스와 직구 이용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유통기업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신생 이커머스에 밀리자 뒤늦게 물류센터 확충과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을 더 악화시키는 카니발라이제이션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의 킬러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세종대 유통산업학과 전태유 교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제품 구매 장소뿐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킬러콘텐츠를 확보해 오랜시간 오프라인 매장에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추는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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