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들썩', 지방은 '주춤'…더 커진 '전세 양극화'

입력 2019-1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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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1-2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대치동 전세 반 년 새 2억 올라…지방 전셋값은 산업 위기에 발목

“2년 전 집을 안 샀던 사람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지. 젊은 사람들이 쩔쩔매는 걸 보면 안타까워 죽겠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단지 아파트 앞 H공인중개사 대표는 목동 전세시장에 관해 묻자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대로 요새 목동 1단지 전세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다. 5월까지만 해도 7억 원이면 구할 수 있던 전용면적 98㎡형 전세 매물이 이제는 8억 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또 다른 G공인중개사 대표도 “노후 정도를 볼 땐 턱없이 높은 가격인데도 매물을 내놓기만 하면 전세 계약하려는 사람이 줄 서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13억 원가량이었던 래미안대치하이스턴 전용 142㎡형의 전셋값은 최근엔 15억 원까지 높아졌다. 단지 앞 R공인중개사 대표는 “학원가를 이용하려는 학부모들이 요즘 들어 전세를 많이 찾고 있다”며 “집주인들은 아파트 가격이 더 이상 떨어질 것 같지 않으니 전셋값도 낮춰잡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6월부터 여섯 달 연속 상승 =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매물은 사라졌고 가격은 뛰고 있다.

25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보다 0.21% 상승했다. 전달(0.24%)보다는 오름폭이 줄었지만 6월부터 여섯 달 연속 상승세다. 역전세난 우려가 나왔던 연초 상황과는 정반대다.

전세 품귀 현상은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나 목동 등에서 특히 심하다. 10월 강남4구와 양천구의 평균 전셋값은 각각 6억2921만 원, 4억5582만 원이다. 연초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올해 서울의 전셋값이 가장 낮았던 6월보다는 각각 1.2%, 0.9% 올라갔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셋값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정부가 외고ㆍ자사고ㆍ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학군 수요도 커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로또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까지 전세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서울의 전세난이 내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의 11월 전세전망지수는 115.7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전망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조사 대상자 가운데 3개월 후 전셋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선 공인중개사에서도 “여름 이사철부터 시작한 전셋값 상승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전세난이 길어지고 있다”며 “지금 같은 추세면 서울에선 내년 3, 4월 신학기 이사철까지 전세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 위기에 전셋값 회복 더딘 지방 = 서울 세입자가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면 지방의 주택 보유자들은 전셋값 하락에 고민이 깊다.

특히 울산과 경남 창원시, 김해시 등 지방 산업도시의 전셋값 내림폭이 크다. 연초 대비 울산은 4.2%, 창원과 김해는 각각 2.2%, 7.2% 아파트 전셋값이 내렸다. 지방 전세시장 역시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산업 위기로 수요가 줄면서 회복 속도가 더디다. 그간의 공급 과잉도 전셋값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2억8000만 원에 거래됐던 울산 중구 우정아이파크 전용 84㎡형의 전세 호가는 최근 2억32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김해시 장유동 율현마을9단지e편한세상 전용 84㎡형의 전셋값도 지난달 2억6000만 원에서 이달 2억4000만 원으로 내렸다.

울산 중구 C공인중개사 대표는 “울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함께 내렸다. 최근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매매가격과 함께 전셋값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1~2년 전 가격의 80~90%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그간 공급 물량이 많았던 지방 시장의 경우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전세시장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非)수도권에서도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지역에선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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