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실시한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첫 과반 의석 확보가 확실시 됐다. 홍콩의 범민주 진영은 이날 낮 12시 기준 개표 결과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385석을 차지하면서, 전체 의석의 85.2%를 가져갔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58석으로 12.8%에 그치면서 참패했다. 중도파는 8석을 차지했고, 나머지 1석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대부분이 고배를 마셨다. 반면 범민주 진영에서는 공민당이 전체 36명 후보자 중 32명이 승리했고, 노동당은 7명 후보자 모두가 승리를 따냈다. 이에 따라 웡타이신, 췬완, 완차이, 중서구, 남구 등 홍콩 내 18개 구 대부분을 범민주 진영이 지배하게 됐다.
기존에 친중파 진영이 홍콩 구의회를 완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말 그대로 ‘선거 혁명’이라는 평가다. 기존 친중파 진영은 327석을 차지, 18개 구의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반면 범민주 진영의 기존 의석은 118석에 불과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불만의 쓰나미가 도시를 휩쓸었다”며 “반년 간의 거리 시위에서 비롯된 반정부 물결이 홍콩 전역의 투표소를 휩쓸었다”고 묘사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범민주 진영은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홍콩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1200명의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로 선출되는데, 452개 구의원 중 117명이 이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117명의 선거인단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선출되기 때문에,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는 친중파 진영이 승리하면서 2016년 12월 이뤄진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117명 선거인단을 친중파 진영이 싹쓸이했다. 이는 다음 해 행정장관 선거 때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이 무난히 당선될 수 있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범민주 진영의 목소리에 한 층 더 힘이 실리면서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 개혁 요구가 활기를 띨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서 중국과 영국은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은 홍콩의 시위대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를 향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등을 비롯해 요구하고 있는 5대 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밖에 범민주 진영의 선거 압승은 최근 경찰의 강경 진압 등으로 기세가 꺾였던 홍콩 시위대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민주 진영의 공민당은 이날 오전 승리가 확정된 후보자 32명 전원이 경찰에 의해 포위당한 홍콩이공대로 달려가 남아 있는 시위대를 격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