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목 보좌관 “30년간 의원 7명 보좌… 언젠가 내 목소리 내겠죠”

입력 2019-11-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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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보좌관’ 모티브 된 김현목 보좌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목 보좌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목 보좌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최근 시즌2를 시작한 JTBC 드라마 ‘보좌관’ 속 배우 이정재가 맡은 보좌관 캐릭터 장태준의 극 중 별칭은 바로 ‘가을독사’다. 이 서슬 퍼런 ‘별칭’의 실제 주인공은 바로 김현목(54) 보좌관이다. 그는 국정 감사가 열리는 가을 국회에서 날카롭게 피감기관을 견제하는 장본인이자, 장기근속한 국회 최장수 보좌관이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한 그는 겸손하면서도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며 “보좌진은 근성 있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평소 지론을 밝혔다. “‘가을독사’란 별칭은 어느 피감기관 관계자가 지어주셨다. 국민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예산 심의 등을 철저히 하고자 노력한다. 송곳 같은 질문 덕에 생겨났는데,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다. 앞으로도 ‘가을독사’란 이름에 걸맞게 항상 피감기관을 견제하는 데 충실하겠다.”

드라마 ‘보좌관’의 이대일 작가는 김현목 보좌관과 함께하는 등 2주 넘게 시나리오를 위해 국회 현장을 꼼꼼히 취재했다. 이때 김현목 보좌관의 별칭인 ‘가을독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극 중 장태준(이정재 분)의 캐릭터에 완성도를 더했다. 극 중 보좌진과 의원 간 관계가 적나라하면서도 과장되게 표현되는 것도 사실. 이 같은 면면에 김 보좌관은 공감과 비공감을 오갔다.

그는 “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나와 위상이 높아진 점도 중요하다”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시대상에 안 맞는 드라마적 요소를 현실인 양 여기면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정감사 준비 기간에는 그 역시 구 의원회관에서 침낭에 이른바 ‘러닝’ 바람으로 부채질해가며 코피를 쏟기도 일쑤였다. 이제는 연일 밤새워 자료 조사하는 보좌진을 위해 휴게공간도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30여 년간 함께한 의원만도 7명인 그의 보좌진 외길 인생은 1986년 ‘건대 항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가담해 서대문구치소 투옥 당시 함께 수감 중이던 그는 정치권 인사로부터 당시 김봉욱 평화민주당 의원을 소개받아 ‘최연소 보좌관’으로 입성했다. 이후 그가 보좌하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999년 당시 한보철강 특혜 의혹을 처음 이슈화해 청문회 스타로 거듭난 점 또한 김 보좌관에게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다. 이외에도 강원랜드 도박중독 문제를 터트리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 이후 노후 선박 관련 법안 발의 등에 앞장섰다. 또, 국회 운영위 시절 그는 솜방망이 처벌로 비칠 수 있는 사무처, 예산정책처 등에도 견제의 칼날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식이 될 수 있는 권역이지만, 도리어 2000억 원이 넘는 의원회관의 하자보수 건을 이슈화했다”고 전했다.

김 보좌관은 30여 년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보좌관으로서는 최고 영예인 ‘근정포장’도 수상했다. 또, 보좌진 교육과정을 개설해 현역 보좌진 40여 명을 배출했다. 그는 “인턴에서 5년 만에 4급 보좌관으로 성장한 이들이 스승의 날이면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다. 무료 봉사지만, 무척 보람 있다”고 귀띔했다.

장관 정책보좌관부터 여의도 팔방미인으로 적재적소 보좌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선출직에 관한 관심은 있을까.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마음의 준비 중이다. 언젠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단 소망은 있다.” 30여 년 묵은 ‘진짜’ 내공을 무장한 채 독기를 잔뜩 품은 ‘가을독사’가 여의도에 실전 배치될 날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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