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불공정 수입 조사국(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이 “조기 패소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28일 배터리 업계와 ITC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캐머런 엘리엇(Cameron Elliot) 행정판사(ALJ)에게 조기 패소 판결 요청에 대한 보충 증거물 4건을 제출했다.
LG화학은 첫 번째 증거물로 2018년 7월 19일부터 20일까지의 SK이노베이션의 내부 이메일을 제시했다. 메일의 제목은 ‘(읽은 후 삭제해 주십시오) – L사 배터리 사업 전개의 결과 및 대응 전략’이다.
여러 SK 직원들이 수신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메일에는 전 LG화학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할 때 LG화학과의 계약 중 ‘경업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대전고등법원의 판결도 언급됐다고 LG화학은 전했다.
이어 “일정 기간 고용의 단절을 보여주면 추가 위험을 막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직원들을 일부 계열사로 옮길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대전 근교에 사무실을 별도로 확보한 후” 직원이 “현재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도 했다.
두 번째 증거물은 ‘문서 보안’이라는 제목의 올해 4월 15일 자 메일이다.
이 메일에는 “이 이메일을 확인하고 처리한 후 반드시 삭제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서류가 필요하다면, 제목과 내용에서 회사명을 제목과 내용에서 삭제해 달라”며 “문제가 있어 보이는 곳은 노란색으로 강조했다”고 했다.
세 번째 증거물은 올해 4월 16일의 발송된 메일이다. ‘삭제 요망’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이 첨부돼 있다.
메일에서는 “첨부된 파일을 읽고, 이메일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다. 첨부 파일에는 ‘경쟁자’, ‘LGC’에 대한 언급이 여러 군데 있다. 메일에서는 “오늘까지 이 이메일도 삭제해 달라”고 지시했다.
마지막 증거물은 올해 2월 15일 자 메일이다. 메일에서는 “팀룸에서 ‘인터뷰’로 검색한 뒤, 본인의 이름으로 된 모든 자료를 지워 달라”고 지시했다. 팀룸은 SK 내부에서 쓰는 일종의 메신저다.
LG화학의 ITC 변호 대리인은 이 증거들을 토대로 “LG화학이 요구한 조기 패소 판결 등에 대해 추가 증거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LG화학은 최근 ITC에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인멸과 법정 모독 행위 등을 벌였다”며 조기 패소 판결 등 제재를 ITC에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 모독 행위를 벌였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ITC의 불공정 수입 조사국은 LG화학의 조기 패소 결정에 대해 “해당 요청은 수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통지문을 엘리엇 ALJ에 전했다.
조사위원은 SK이노베이션이 20일 LG화학 주장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기 하루 전에 이런 의견을 제출했다.
아직 엘리엇 ALJ의 결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엘리엇 ALJ는 LG화학의 요청과 SK이노베이션의 반박, 그리고 불공정 수입 조사국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