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ㆍ부채 논란 여전한데…” 영구채 늘리는 기업들

입력 2019-11-28 15:30 수정 2019-11-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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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개선을 위해 영구채,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발행 회사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초 금융당국이 영구채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제출하는 등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결정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로템은 사모 방식으로 1060억 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30년 뒤인 2049년 11월 8일, 최초이자율은 연 4.5% 수준으로 2년 후부터 조기상환권(Call option)이 부여된 구조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내년 1월 32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진머티리얼즈도 6000억 원 규모의 자본인정형 영구 CB를 발행한다고 이달 밝혔다. 1차로 3000억 원을 발행하고, 나머지 3000억 원에 대해선 향후 시기를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난달 SK의 자회사 SK E&S가 3300억 원, 대한항공이 9월 1800억 원가량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5월 영구채를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올해만 두 번째 발행 결정이다. 풀무원도 9월 700억 원 규모 30년 만기 영구 CB를 발행했다.

기업들이 영구채와 영구 CB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이들이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차입금 상환 시기 도래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영구채를 발행하면 적시에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 자본비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영구채, 영구 CB 발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보통 호재로 인식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의 3분기 말 부채비율은 332% 수준인데,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연 150억~300억 원가량 추가될 이자비용, 장기적으로 전환권 행사되며 주주가치 희석될 리스크가 있지만, 동시에 높은 금융 안정성으로 시장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회계업계에선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영구채와 영구 CB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IASB가 회계기준(IAS32) 개정 작업을 위해 회원국 의견을 취합하던 3월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는 IASB가 추진하는 부채와 자본 분류 원칙 개선과 관련돼 있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영구채는 현금 등 금융자산을 지급할 계약상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자본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도 “IASB가 지난해 6월 28일자 제안한 부채와 자본 분류 원칙하에서는 금액 특성 기준으로 원금과 이자가 확정된 금액이므로 회사 가용 경제자원에 독립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영구채와 영구CB가 단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증진 방책으로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선 기업들이 지금 영구채를 과도하게 발행했다가 새 회계기준서가 확정되면 혼돈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콜옵션이 통상 붙어 나온다는 점 때문에 영구채나 영구 CB가 향후 부채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꽤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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