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를 둘러싼 악재가 점차 커지는 상황 속에서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증시불안에 따른 투자 심리 악화로 인해 경기방어주를 제외한 대다수 업종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조선주의 경우 대내외적으로 돌아가는 여건을 살펴볼 때 우호적인 부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초 조선주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의 수주계약 취소와 관련해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면서 한 차례 커다란 홍역을 치른바 있다.
또한 상품가격이 지난 7월을 고점으로 하락함에 따라 선박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반면 주요 원재료인 후판 가격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일본 최대 철강메이커인 신일본제철이 국내 조선업체들에 공급하는 후판 공급가격을 무려 40%나 인상하면서 조선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가 지속되더라도 후판 가격이 안정화되거나 공급측면에서 구조조정이 수반될 경우 조선주의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단기간에 이러한 현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체들의 주가가 올 고점대비 50% 이상 하락하면서 절대적인 밸류에이션은 낮은 수준이지만 조선업계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발주 감소와 영업이익률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애널리스트들 역시 조선주 투자의견을 매수'유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일본제철과 현대중공업 간 6개월 공급가격(2008년 10월∼2009년 3월) 협상이 기존 공급가격보다 약 40% 이상 인상된 14만엔대 수준(약 145만원)에서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후판가격이 급등에 따른 조선업체들이 수익성 하락에 대한 고민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제 가격이 원료에서부터 반제품, 제품까지 동반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설비 급증으로 공급여력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일본제철이 자신만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문제라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대, 대우, 삼성 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내세웠던 신일본제철의 4분기 후판 가격 인상 '절대 수용불가'론은 현대중공업과의 후판가 40% 인상 타결로 인해 무용지물이 됐고 국내 후판공급업체인 POSCO나 동국제강의 가격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여타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 소식이 줄줄이 이어질 경우 조선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신일본제철과 현대중공업간 가격 타결이 사실상 다른 업체들과의 협상에서도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도록 그동안 영향을 끼쳐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 상반기 도입가격(860달러)보다 무려 40% 이상 추가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Slab) 가격하락으로 후판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 신일본제철의 40% 후판가 인상으로 의미를 잃어버렸고 중장기적으로 오는 2010년까지 수요초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이로 인한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최근 환율 문제와 관련해 "전날 환율 급등세가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으나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라 환율 상승에 따른 조선사의 파생상품 손실이 가능성 역시 상존하는 문제이므로 당분간 환율 진정세를 확인한 후 조선주에 접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 연구원은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선박수요 감소세의 경우에도 "역사적으로도 조선사이클은 상품사이클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최근의 상품가격 하락은 조선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공급과잉이 아닌 수요감소에 따른 가격하락이라는 점에서 조선주에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