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연체율 늘자…시중은행, 건전성 우려 ‘문전박대’

입력 2019-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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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득 증가율 -4.9% ‘최악’…은행 신용손실충당금 6340억 140배 늘어

“죽지 못해 살아요.”

인천 송도에서 음식점을 하는 40대 자영업자의 한숨이다. 재작년 일을 그만두고, 부인과 함께 가게를 열었지만 임대료, 인건비 빼고 나면 3년간 손에 쥔 게 없다. 가맹비 낼 돈이 부족해 며칠 전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더니 ‘이미 빌린 돈이 많다’며 퇴짜를 맞았다. 장사는 점점 더 안되는데 이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게를 접고, 예전 하던 일을 다시 알아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마땅한 자리가 없어 걱정이 한가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34%로 집계됐다. 석 달간의 상승 행진을 멈추고 전달(0.40%)보다 0.06%포인트 떨어지긴 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영업자들이 빚을 못 갚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못 벌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87만9800원밖에 안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92만5600원)과 비교하면 4만5800원 줄었다. 사업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9%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은 은행 대출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은행들은 일단 대출 금리를 올려 추가 위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이들의 위기 의식은 충당금 전입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은 1~3분기까지 6340억 원을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쌓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45억 원)과 비교하면 140배 넘는 금액이다.

은행서 ‘퇴짜’를 맞은 자영업자들은 결국 2금융권으로 향한다. 9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기관의 산업대출 잔액은 264조6000억 원에 달한다. 6월 말과 비교하면 12조5000억 원(5.0%)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자영업의 이자부담은 폐업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음식숙박업 폐업위험도는 10%, 도소매업은 7%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실물위험이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도·소매, 음식업 등 생활밀착형 개인사업자들의 연체율이 높은 편”이라며 “상권·업종별로 나눠 연체율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가동했다. 휴·폐업자가 채무조정을 받으면 초기 2년간은 상환유예를 받을 수 있다. 또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등 취약계층도 9개월간 성실하게 돈을 갚으면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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