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반딧불이 가로수 야경

입력 2019-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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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영화 ‘아바타’에서 가로수들이 가로등처럼 빛을 뿜어낸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으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발광식물은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과제 중 하나다.

반딧불이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반딧불이에 있는 루시페라제라는 효소 때문인데 루시페라제는 ‘횃불 운반자’라는 뜻의 루시퍼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효소가 세포 안에서 루시페린이라는 물질과 화학반응(산화반응)을 일으켜 만들어내는 옥시루시페린이 가시광선의 빛을 내는 원리다.

생물체가 만들어내는 빛은 열이 거의 발생되지 않으므로 에너지 효율이 100%에 가깝다. 국내에서 퇴출되고 있는 백열전구의 경우 전기에너지의 빛 전화 효율은 고작 5%에 불과하다. 또한 루시페라제에 의한 발광은 비방사선으로 인체에 무해하다.

과학자들은 유전공학 기법을 사용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생물발광으로 얻어지는 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직접 교환해 건물 조명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발광을 조명으로 사용할 경우 장점이 많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선 전선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전등은 효율이 가장 좋다는 봉입한 2중 코일 전구의 경우 발광 효율이 12%에 지나지 않는 데 반하여 발광생물은 열을 내지 않는 냉광(冷光)이므로 거의 100%를 빛으로 변환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백열전구가 퇴출되고 있는 것은 백열전구의 경우 전기에너지의 빛 전화 효율은 고작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발광생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발광세균을 플라스틱컵이나 유리컵 속에서 살게 하기만 하면 된다. 세균 한 마리가 내는 빛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1와트 정도의 빛을 내기 위해서는 컵 속의 세균 수가 500조 마리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세균은 대단히 미세하기 때문에 상당한 밝기의 ‘램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35년에 파리해양연구소에서 국제 학회가 열렸을 때, 해양연구소의 큰 홀을 발광세균으로 조명했다.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에서 알루미늄, 수은 및 그 밖의 금속만 있으면 빛을 발하는 박테리아를 개발했다. 연구팀들은 이들 박테리아가 광산 내 금속탐지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이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으면 어떤 특정한 물질이 있을 때 미생물이 빛을 내게 함으로써 특정 유해물질 또는 화학물질을 검출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학자들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루시페라제 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식물 유전자와 재조합시켜 아름다운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들자는 것이다. 식물과 동물은 작동 기전이 다르므로 융합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유전공학은 이들 불가능에 도전했다.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반딧불이에서 분리한 루시페라제 유전자를 담배풀에 주입해 담배풀 뿌리와 줄기, 앞의 일부를 형광색으로 발광케하는데 성공했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셸 그룹은 반딧불이 대신 발광세균의 루시페라아제 유전자를 사용해 담배와 당근을 빛이 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학자들은 보다 큰 꿈에 도전했다. ‘반딧불이 가로수’이다. 반딧불이 특유의 발광 유전자를 빼내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은행나무 유전자에 도입하여 은행나무가 도입된 반딧불이의 발광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해가 지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 가로수’가 되는 것이다.

발광식물의 전망이 밝은 것은 서울시의 전체 전력 소비량의 30%가 조명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될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절약 및 나아가 화석에너지 절감의 획기적인 대책이 될 수도 있다. 매년 연말연시 장식등으로 가로수를 장식하지 않고 반딧불이 가로수가 이를 대체하여 도시 환경이 보다 낭만적으로 바꾸어진다면 유전공학의 발전에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 최초의 불을 발견한 후 제2의 불 전기, 제3의 불 원자력을 발명했는데 학자들은 에너지효율 100%를 자랑하는 발광생물이야말로 ‘제4의 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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