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영업자 부채·연체율 급증의 위험 신호

입력 2019-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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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종의 금융기관 대출이 급증하고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대출 증가율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이 깊어지면서 자영업자 부채의 규모와 질 모두 크게 악화하는 위험 신호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종 대출잔액은 220조257억 원으로 작년 9월보다 12.1%(23조7294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8년 이후 가장 높고, 전체 산업 대출증가율(6.9%)의 2배에 이른다.

이들의 은행 대출 증가율은 6.2%에 그친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2금융권) 대출은 9월 말 59조3012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5조1000억 원에 비해 31.7%나 늘었다. 이 또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다. 1분기 26.1%, 2분기 28.6%에 이어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수익이 쪼그라든 자영업자들이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하고,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부채가 커지면서 자영업자 몰락이 가속화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9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50만7000명으로 작년 9월보다 14만3000명(8.7%)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월(26만6000명)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같은 기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12만1000명으로 10만1000명(2.5%) 늘었다. 함께 일하던 종업원을 내보내고 혼자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내수의 장기 침체, 과당 경쟁에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소득 감소로 임금 주기가 어려워지자 종업원을 해고하고, 비싼 이자의 빚까지 내 사업을 끌고 나가다가 결국 더 버티지 못하면서 문을 닫는 영세 자영업의 악순환이다. 그동안 소득 상위계층에 있다가 하위계층으로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도 전체 가구에서 근로자 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소득계층 상위인 4·5분위는 줄고, 하위에 있는 1·2분위에서 증가한다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제 지위 추락을 우려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취업시장에서 밀려나 생계 수단으로 진입이 손쉬운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부채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대출 연체율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분석에서 7월 은행권의 자영업자 연체율은 0.36%로, 전월에 비해 0.04%포인트 올랐다. 2금융권 연체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는 이런 상황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영업발(發) 금융부실의 위험성까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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