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웃풍, 외풍 모두 막아야

입력 2019-12-02 05:00 수정 2019-12-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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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복도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 택배기사님이 상품을 전달하려고 집집마다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 옆집 할머니와 산책 갔다 온 강아지가 왕왕 짖는 소리 등. 현관문 밖 긴 복도는 이웃과 단절된 아파트 생활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아래층에 사는 이웃이 찾아왔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했다. 설비업체에 연락해 토요일 하루 동안 바닥 누수 배관공사를 했다. 낡은 아파트라 겨울철이 되면 난방, 수도 등 배관공사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번 공사로 더 이상 아래층으로 물이 새지 않으면 좋겠다.

오래된 집은 겨울철에 난방을 해도 벽 사이로 찬 기운이 스며들어 방바닥은 따뜻하지만 방 안 공기가 서늘하다. 이처럼 겨울철에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드는 찬 기운을 ‘웃풍’이라고 한다. ‘웃바람’이라고도 부른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웃풍이 세서 이불을 덮고 자도 코끝이 항상 얼음처럼 시렸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웃풍과 함께 많이 쓰는 외풍, 우풍, 위풍, 윗풍은 어떤 말일까.

먼저 ‘외풍’은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의미한다. “겨울철 문이나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만 제대로 막아도 외풍으로 인한 추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처럼 표현할 수 있다. 황소바람은 외풍 중에서도 좁은 틈으로 세게 불어드는 바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우풍이 세다”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우풍은 바른 말이 아니다.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잘못된 표기이다. 그리고 위풍, 윗풍도 모두 틀린 말이다. ‘위’ ‘아래’ 구분이 없는 것은 ‘웃’으로 통일한다는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웃풍’으로 써야 맞다.

외풍은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웃풍은 벽이나 천장 사이로 스며드는 찬 기운이다. 외풍과 웃풍이 헷갈린다면 외풍은 ‘찬 바람’, 웃풍은 ‘찬 기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올겨울 기온 변동이 크고 한파가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창호 공사가 제대로 되어 있는 집이라면 외풍 걱정이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창문 틈이나 문틈에 문풍지 등을 꼼꼼하게 붙여 외풍을 막아 보자. 창문에는 뽁뽁이를 붙이거나 암막 커튼과 같은 두꺼운 천으로 찬 기운이 스며드는 곳을 찾아 웃풍도 막아 보자. 방 안 공기가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다.

올겨울 찬 바람인 외풍도 막고, 찬 기운인 웃풍도 잘 막아 모두 따뜻하게 보내길 바란다.

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klein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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