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아내에게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유감

입력 2019-12-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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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법은 ‘기여분’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상속인 중에 돌아가신 분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돌아가신 분이 ‘재산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데 특별한 기여’를 한 사람에게 돌아가신 분이 남긴 재산을 더 나눠주는 제도다.

최근 이 기여분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A 씨는 남편 B 씨가 사망할 때까지 함께 살면서 수년 동안 병간호를 했으므로 자신에게 기여분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남편이 남긴 재산 중 30%를 기여분으로 인정해 달라고 청구했다. 이 사건의 1ㆍ2심은 A 씨가 기여분을 인정받을 정도로 특별한 부양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A 씨에게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오랜 기간 아픈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병간호를 한 경우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아내가 병든 남편을 돌봤다고 해서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내가 병든 남편을 돌본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경제적 보상을 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아내는 자식보다 법정 상속분이 50% 더 많다는 점도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우리 민법이 이미 배우자를 다른 상속인보다 더 배려하고 있어서 기여분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대법원은 아내가 병원비 등을 남편 돈으로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기여분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대법원의 견해에 찬성하지 않는다. 먼저 대법원이 부부 사이에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어서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과 관련해 부부 사이에 부양 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부부 사이의 이러한 부양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부양 의무를 이행한 사람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똑같이 상속을 받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대법원이 아내는 다른 상속인보다 법정상속분이 50% 더 많아서 기여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만일 아내가 남편이 살아있을 때 이혼을 했다면 재산 분할로 전체 재산 중 절반 가까이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다른 상속인보다 50% 법정상속분을 더 인정해 주는 것을 가지고 충분한 배려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에는 자녀들이 많아 아내의 법정상속분은 12%(3/25) 정도에 불과했다.

아내가 병원비를 남편의 돈으로 지출했기 때문에 기여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선 부양은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특히 오랫동안 몸이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것은 너무나 큰 희생과 수고가 따르는 것인데 대법원은 부양의 의미를 너무 쉽게 보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동안 가정법원이 배우자의 동거, 간호라는 요소만으로 기여분을 인정하는데 소극적이었고,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서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재판 실무를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법원이 판결로 보여주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이 사건에서는 배우자가 남편 생전에 재산을 일부 받은 것이 있다는 사실이 고려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실무를 하다 보면 법원이 기여분 인정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상속재산 분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법원이 조심스러운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닌지 여겨지기도 하는데 필자는 배우자의 기여분을 인정하는데 있어서는 법원이 더 적극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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