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률 20~30% 신탁만 팔아라"…금융당국, 은행권 건의 거부 가닥

입력 2019-12-02 18:23 수정 2019-12-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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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공모 상품으로 구성된 신탁 판매는 허용해 달라는 은행 측 건의를 거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원금 손실률 20~30%인 상품만 판매하라는 파생결합상품(DLF) 대책의 취지를 고수한 것이다.

2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파생결합상품 신탁의 특성상 공ㆍ사모 구분이 어렵다"라며 "공모형 신탁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DLF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은행의 고난도 신탁 상품 판매를 금지했다.

안정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 특성상 위험 상품을 취급하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쉬운 단순 구조의 주식·채권·부동산 펀드나 여러 안전자산을 담고 있어서 예상 손실률이 20~30%를 넘지 않는 상품만 팔라는 얘기다.

파생결합상품(ELSㆍDLS)은 펀드로 팔면 ELFㆍDLF가 되고 신탁으로 꾸리면 ELTㆍDLT가 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해당 상품의 시장 규모는 42조 원에 달한다.

이에 은행들은 초저금리 속에서 수수료 수익이 줄 것이라며 당국에 공모형 상품 판매는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공모형 ELS는 이미 규제를 받기 때문에 운용 투명성이 보장됐다는 얘기다.

은행권 건의를 받은 초반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신탁을 공ㆍ사모로 나누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은행권 건의를 거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은 위원장 태도 변화도 이를 암시한다. 그는 최근 "엊그제까지 잘못했다고 빌었던 사람들 맞나 싶다"며 "신탁이 고사할 것이라는 은행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4% 수익률 상품은 다 사라지게 생겼다는 식의 얘기도 불쾌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른 시일 내에 보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조속한 시일 내 추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권은 당혹해하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으로 내년 영업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이자수익 확대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모형 ELS는 손실발생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고객도 손익구조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공모형 ELS를 담은 신탁 판매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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