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구민 삶의 질을 높여 승부를 보겠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구의 도시 경쟁력을 위해 교육, 복지, 문화 등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서 구청장은 “중구는 오래된 도심이다 보니 노령화 문제가 있고 땅값이 비싸 젊은 사람이 들어오지 못한다”며 “이미 있는 사람 삶의 질을 높여 승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구는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며 “65세 이상 비율이 17%로 서울 자치구 평균(14%)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중구는 85세 이상 어르신과 독거 어르신 빈곤율도 서울시에서 가장 높다.
서 구청장은 “아파트 신축이 서울에서 최하위 수준이고 교육환경이 타 구보다 처져 젊은 인구의 유출이 크다”며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계층은 오지 않고 자녀가 있는 기존 계층도 중구를 떠난다”고 토로했다.
서 구청장은 인구 유출이 중구의 존립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중구 인구는 12만 명 선으로 14만 명에 못 미쳐 단일 국회의원 1명을 내지 못하는 유일한 자치구”라며 “언제든 통폐합 논의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중구는 어르신공로수당 등 노인층을 위한 지원, 젊은 층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육ㆍ교육 사업, 두 가지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도시 외형적 성장에만 관심을 가졌던 기존 중구 구정과 달리 이제 주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어르신이 빈곤에 시달리고 젊은 부모들이 중구를 등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 주거, 교육, 복지 등 주민 삶을 바꾸는 생활 구정과 수요자 중심의 행정에 몰두했다”고 언급했다.
중구는 교육 분야 간판 사업으로 ‘구 직영 4종 세트’를 시행했다. 3월부터 초등 돌봄교실, 국공립어린이집, 진학상담센터,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직영화한 것이다. 직영화를 통해 교육서비스를 개선하고 학부모 부담을 경감해 중구를 ‘자녀 키우기 좋은 구’로 만들었다.
서 구청장은 특히 올해 가장 호평받은 정책으로 행안부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을 꼽았다. 이는 학교에서 하던 기존 초등 돌봄교실을 구가 직접 운영하면서 시간을 연장하는 등 서비스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서 구청장은 “운영 시간을 오후 5시에서 8시로 연장하고 돌봄전담사를 2명으로 늘려 아이들의 통원을 돕고, 전용 보안관을 배치해 야간 안전 문제를 보완했다”며 “반쪽 자리라고 지적받는 제도를 개선해 학부모 수요를 만족시켰다”고 자평했다.
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은 3월 흥인초등학교(1호), 9월 봉래초등학교(2호)를 열었다. 서 구청장은 “10월 말 남산초등학교 등 3개 학교와 협약을 맺었다”며 “내년까지 관내 공립초등학교 9곳에 모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관내 24곳의 국공립어린이집 중 서 구청장 임기 내 위탁이 만료되는 18곳이 구 직영으로 전환된다. 올해 5곳이 이미 전환됐다.
그는 “진학상담센터의 경우 대부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중구는 구청 별관에 센터를 만들고 전문기관과 연계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며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드는 사설기관과 달리 센터는 무료이며 상담 시간도 2시간으로 넉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이들이 교육 때문에 중구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 신설, 남녀공학화 등 교육당국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구에는 여중이 금호여중밖에 없어 남녀공학이었던 장원중학교에서 여학생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구는 올해 2월부터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 수급자와 기초연금 수령자 1만2000여 명에게 지역화폐로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어르신 공로수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에 젊음을 바친 어르신들이 노후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며 “중앙정부ㆍ지방정부를 떠나 구가 선도해서 서민층에 속하는 관내 어르신들에게 가처분소득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구청장은 임기 내 해결하고 싶은 과제로 동(洞) 정부를 들었다. 그는 “주민은 동주민센터가 가깝고 구청 갈 일은 거의 없다”며 “동 정부는 같은 현실에 따라 서비스와 행정 중심을 동주민센터로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주민센터가 마치 하나의 정부처럼 주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서비스와 행정뿐만 아니라 공공시설 운영까지 맡는 체계다.
서 구청장은 “구청에 집중된 업무와 권한을 동주민센터로 재분배하고 관내 공공생활 SOC를 중구 어디에서든 걸어서 10분이면 도달하도록 재배치해야 한다”며 “내년 15개 동에 330억 원의 예산편성 권한을 넘겨 동이 직접 집행하도록 계획했다”고 말했다.
세운재정비지구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세운3구역의 경우 서울시에서 연말께 수정 계획을 발표한다고 했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3구역이 중규모라면 6구역은 더 촘촘하게 나눠져 있는데 대로에 접한 면은 개발, 안쪽 구역은 중소 규모 재생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영세 도심산업이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고 개발도 진행되도록 하는 순환적 재생 방식을 통해 인쇄, 조명, 도기 등 도심산업을 키우고 도심 공동화를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구청장은 “거창한 청사진이나 전략 과제보다 쓰레기, 불법주차 등 불편함을 해결하는 생활구정을 통해 구민 신뢰를 얻겠다”며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형 중구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따뜻한 행정을 통해 중구만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