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물가수준을 의미하는 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GDP 디플레이터)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4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기록도 갈아치웠다. 반도체 가격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에다, 국내 소비자물가(CPI) 하락에 따른 내수 부진이 겹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사상 네 번째 연간 마이너스 기록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한 분기 만에 상승폭이 둔화했고,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해외배당수입 증가로 실질 GDP보다 높았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분기 국민소득 잠정’ 자료에 따르면 3분기(7~9월)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4%(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이는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소수점 둘째자리 기준으로 보면 속보치(0.391%)보다 잠정치(0.412%)가 높았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속보치와 같지만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보면 올랐다. 기술적으로 4분기 GDP가 0.93%에서 1.30% 성장하면 올 2% 성장은 가능하다”며 “정부도 불용예산 집행에 나서고 있어 올 2% 성장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1.7%)가 줄었으나 승용차 등 내구재(1.1%) 등이 늘어 0.2% 증가했고,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4% 늘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8.6%) 늘어 0.6%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4.6%, 수입은 운송장비 등이 늘어 1.2% 각각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는 건물(-6.4%) 및 토목(-4.9%) 건설이 모두 줄어 6.0% 감소했다.
기여도 측면에서는 민간과 정부가 각각 0.2%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또한 각각 속보치와 같다. 내수는 -1.0%포인트를, 순수출은 1.4%포인트를 보였다. 속보치 대비 내수는 0.1%포인트 감소했고, 순수출은 0.1%포인트 늘었다.
명목 GDP는 전기보다 0.1%(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이는 2분기 1.5%(전년 동기 대비 1.3%) 이후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이는 구계열 기준 1999년 2분기(-2.7%) 이후 20년 3개월(8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작년 4분기 마이너스(-)0.1%를 기록한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역대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직전 최장 기록은 1998년 4분기부터 1999년 2분기까지 기록한 3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이는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4분기부터 조정을 보였고, 화학제품도 부진하면서 수출가격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농산물 및 재화가격 하락으로 3분기 CPI가 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수 디플레이터도 끌어내린 요인이 작용했다.
실제 재고를 제외한 내수 디플레이터는 1.0%를 기록해 2016년 2분기(0.6%)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 디플레이터는 -6.7%로 2016년 3분기(-10.0%)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신 부장은 “GDP 디플레이터가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1.0%를 기록 중이다. 4분기에 반등한다 해도 연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GDP 디플레이터가 금방 플러스로 가긴 어려워 4분기에도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수 디플레이터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반도체값 등도 상승할 수 있어 물가가 총체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GDP디플레이터가 연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농수산물이 주요 산업이던 1958년(-1.8%)과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2%), 반도체 수출가격 하락과 원유 수입 가격이 상승했던 2006년(-0.2%)뿐이었다.
실질 GNI는 전기 대비 0.6%(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교역조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실질 GDP가 증가한 데다 해외배당수입이 크게 늘면서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직전 분기 3조9000억 원에서 6조2000억 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총저축률은 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35.0%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4분기(35.3%) 이후 최고치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건설투자(-4.1%)가 줄면서 전기보다 1.5%포인트 하락한 30.4%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3분기(30.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