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저유황유를 둘러싼 정유·해운업계의 '동상이몽'

입력 2019-12-04 13:38 수정 2019-12-0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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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저유황유, 새로운 수익원 기대" vs 해운업 "연료비 추가부담 심각"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부터 선박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인 ‘IMO 2020’을 전면 시행하는 가운데, 황 함유량을 줄인 저유황유를 둘러싼 정유업계와 해운업계의 엇갈린 입장이다.

IMO 2020이 시행됨에 따라 전 세계 선박들은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낮춰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저유황유 사용 △LNG(액화천연가스) 사용 △스크러버(배기가스 저감창치) 세 가지다.

내년부터 저유황유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장기 침체기를 겪고 있는 정유업계는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기존 선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스크러버 설치 없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저유황유 수요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수익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떄문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해 탈황설비를 갖추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무려 1조 원을 투입해 내년 1월 고유황 중질유를 저유황 중질유로 만드는 감압잔사유 탈황설비를 완공, 하루 4만 배럴을 생산할 계획이며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탈황설비를 갖춘 현대오일뱅크는 하루 최대 5만 배럴의 초저황유 생산이 가능하며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 S-OIL은 지난 7월부터 탈황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벌써부터 이들은 “새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친환경 기준 충족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마진 개선도 기대된다”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다소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스크러버 설치'라는 치명적인 변수가 있어서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전 세계 대형 선박 1만1000여척 중 스크러버가 설치된 선박은 5%에 그쳐 당장은 저유황유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저유황유 가격이 기존 벙커C유 대비 1.5~2배 가량 비쌀 뿐 아니라, 기존 톤(t)당 200달러 수준의 저유황유가 규제 발효 시점이 다가오며 400~500달러까지 오르자 스크러버 쪽으로 방향을 트는 선사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를테면, 선박이 하루에 저유황유 50t을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1만 달러 가량 추가 운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내년에 선사들이 저유황유로 전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추가 부담이 110억달러(약 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지난 7년간 주요 컨테이너선사의 수익을 초과하는 수치다.

이에 특히 보유 선박이 200~300척에 달하는 글로벌 탑티어 선사들이 대부분 스크러버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세계 1위 머스크라인도 저유황유를 쓰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선회해 스크러버 설치 예산을 늘렸다.

실제 세계 2위 해운선사인 스위스 MSC는 무려 200척의 선박에 스크러버를 달 계획이며 중국 코스코는 23척의 컨테이너선에, 우리나라 현대상선은 총 50척에 스크러버를 도입할 예정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설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대만 에버그린도 무려 140척에 스크러버 설치를 진행한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도 "당장은 스크러버의 장점 무관하게 대부분 컨테이너선은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할 것이지만 2021~2025년에는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향후 상황을 주시하며 저유황유 생산과 투자, 공급을 조절해야 할 것이며, 해운업계는 스크러버 설치도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규제에 따라 내년에 필요한 저유황유 확보에도 열을 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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