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국민연금, 투자 기업 5개 중 2개 5대주주"…개별 기업 영향력 막강

입력 2019-12-05 11:00 수정 2019-12-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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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 보장이라는 취지 흔들려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 5곳 중 2곳에서 5대 주주 이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19개사로, 2대 주주인 회사는 무려 150개사에 달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정부의 자본시장법ㆍ상법 시행령 개정까지 이루어질 경우 연금사회주의, 즉 공적연금을 통한 기업 지배가 더욱 수월해지고 국민의 노후 보장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8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716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19개사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대주주가 되는 부담을 피해 2대 주주로 있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 국민연금이 2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150개사에 달했다. 이어 △3대주주 59개사 △4대주주 24개사 △5대주주 14개사 등의 순이었다.

이런 패턴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시총의 7%로 가장 높았던 2017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크다. 국민연금은 9월 말 국내주식 투자액 122조3000억 원 중 45.5%인 55조7000억 원을 44개 증권사에 위탁ㆍ운용 중인데, 국민연금의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나 주주권 행사 향방이 증권사나 기관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개별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배력도 높다. 자본시장법에서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주식보유 비중을 5%로 보는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투자 대상 716개사의 38.1%인 273개사에 달한다. 이 중 보유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개사이다. 투자 대상 10개사 중 3∼4곳은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으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이다.

제도적으로도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와 개별 상장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한경연은 국민연금의 개별기업 주식보유 한도에 대한 강력한 규제 장치가 없어 국민의 노후 보장의 목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공적연금의 국내기업 주식보유 비중을 제한하고 공적연기금의 증시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과는 매우 상이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 공적연기금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 회원국 중 공적연기금이 최대주주인 경우는 뉴질랜드 1건, 덴마크 6건 정도였다. 핀란드나 네덜란드는 공적연금이 아닌, 공적연금의 지급ㆍ운용 등을 담당하는 민간보험사나 운용기관이 최대주주인 경우로서, 국민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나머지 국가들은 정보의 제한 때문에 공적연금의 개별기업 최대주주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공적연금 자체가 갖고 있는 주식보유 한도나 규제 때문에 개별기업의 최대주주로 있기 어렵다.

반면,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에 개별기업 투자한도를 1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내부심의(리스크관리위원회)를 거치면 한도 초과가 가능하다. 또한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의 의결권을 별다른 제한 없이 100%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데 이어, 이제는 이의 행사를 구체화하기 위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을 논의 중이어서 국민연금의 개별기업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 상무는 “국민연금의 기금조성 목적이 국민의 노후 보장에 있는 만큼,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면서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은 관치 논란만 불러오고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국민연금 설립 목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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