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전창원호’가 다음 달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전창원 체제 1년에 대해 업계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에 물꼬를 트고, 해외 판로 확대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지만 주력 사업인 빙과 사업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서다.
2015년부터 4년여간 회사를 이끌어온 박영준 전 대표에 이어 지난해 말 새로 수장에 오른 전창원(58) 대표이사는 1985년 입사 후 인재개발센터장, 경영관리담당 부사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정통 빙그레맨’이다.
전 대표의 과제로는 사업 다각화와 빙과 사업 회복이 꼽혔다. 전반적인 업황 악화 속에서 주요 사업인 빙과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올해 경영 화두로 ‘사업 모델 재창조’를 내걸었다. 빙과ㆍ유음료 등 기존 사업만 지키며 보수적 경영을 해오던 빙그레가 몇 년 전부터 화장품과 간편식 사업에 뛰어든 만큼 전 대표도 회사의 방향성에 맞춰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빙그레는 6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올해 5조9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신사업은 성장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빙그레가 론칭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는 ‘TFT’로, 맛(taste), 기능(function), 신뢰(trus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맛있으면서도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삼고 있다.
TFT는 각 제품 속성에 따라 다양한 하위 브랜드와 제품들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여성 건강 전문 브랜드 비바시티(VIVACITY)는 28~35세 여성을 대상으로 스틱젤리 3종과 구미젤리 3종을 출시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오픈마켓 G마켓과 11번가를 통해 판매 중이며, 향후 판매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90% 이상을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빙그레는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브라질ㆍ중국ㆍ미국법인을 차례로 설립한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신흥 시장인 베트남에 주목해 베트남에 현지 판매법인을 세웠다.
이로써 빙그레의 해외 계열사는 총 6곳이 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베트남 수출은 2004년부터 해왔으나 현지 영업·마케팅 강화를 위해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빙과 사업은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저연령층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전체 아이스크림 시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때 2조 원을 넘던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올해 1조6000억 원 규모로 쪼그라든 것으로 추산된다.
‘손흥민 광고’로 슈퍼콘 등 일부 제품이 선전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수요 감소에 맞서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빙그레는 이외에도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격 정찰제가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디셀러의 ‘파격 변신’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출시 45년 된 장수 아이스크림 브랜드 ‘투게더’는 그간 ‘가족’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900㎖ 대용량을 고집해 왔으나 최근 1인 가구 공략을 위해 3분의 1 용량의 ‘투게더 미니어처’를 내놨다.
한편 최근 3년간 빙그레 매출액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빙과보다는 바나나맛우유, 요플레 등 유음료 매출 증가 덕분이라는 분석이 높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빙그레의 올해 매출액은 8867억 원, 영업이익은 44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