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가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미국 뉴올리언스 연방고등법원에 제소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미국 통신사에 자사 제품 배제 방침을 결정한 FCC의 판단이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화웨이가 해당 문제로 미국 정부를 고소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CNN에 따르면 FCC는 11월 하순 미국 전역에 통신 회선을 보급하기 위해 보조금을 받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또다른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FCC의 방침에는 이미 설치된 제품 교환 및 철거도 담겼다.
화웨이는 이번 제소 이유로 FCC가 방침을 결정할 때까지 자사에 반론 기회를 주지 않은 것과 결정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미국의 헌법과 법률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화웨이의 송리핑 최고법률책임자는 이날 광둥성 선전시 본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화웨이는 단순히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며 “(FCC의 결정은) 인터넷 공간의 안전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에 의한 화웨이 제품의 배제에 대해 화웨이는 법정으로 끌고갈 기세다. 3월에는 화웨이 등의 제품을 미국 정부 기관이 조달하는 것을 금지하는 ‘2019 회계연도 미 국방수권법’이 미국 헌법 위반이라며 미국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FCC와는 별개로 미 상무부도 화웨이 등을 겨냥해 미국 기업에 의한 제품 조달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11월 하순에 발표했다. ‘외국의 적대 세력’이 제작한 장비가 미국의 통신망과 안보에 위험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면 상무장관이 미국 기업에 거래를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FCC의 규제보다 적용 범위가 넓다. 이는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지만, 내용 및 운영에 따라선 화웨이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4일(현지시간) ‘런던 선언’을 발표하고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차세대 통신 규격 ‘5G’를 포함한 통신 인프라의 안전을 강화하는 방침에 일치를 보였다. 미국이 안보 위험을 지적하는 화웨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투자에 대해 반드시 적대적일 필요는 없지만, 안보 파트너에게 불이익을 초래하게 할 수는 없다”며 화웨이에 대한 규제 강화에 일정한 이해를 표시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에서는 이미 화웨이가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네트워크의 핵심으로의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앞으로도 많은 국가가 화웨이 제품을 채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