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엑시트 코리아’, 한국 경제 총체적 불신 탓 아닌가

입력 2019-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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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의 지속적인 외국인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들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5일까지 21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다. 누적 순매도 금액은 5조1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외국인 장기 매도는 이전 2015년 12월 2일부터 2016년 1월 5일까지의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가장 길다. 매도 금액도 당시의 3조7000억 원보다 훨씬 많다.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고 돈을 빼가는 ‘엑시트(Exit) 코리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지난달 외국인들이 3조 원 넘는 주식을 팔았을 때, 증권회사들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의 한국 비중이 축소되는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했다. 곧 투자심리 회복으로 다시 매수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었다. 그러나 비중 조정이 끝난 11월 26일 이후에도 매도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기술적 요인에 따른 단기 매도로 보기 어렵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MSCI 비중이 축소된 대만의 경우 오히려 외국인들이 대거 매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1월 한 달간 10조 원 이상의 주식을 샀고, 이달에도 3000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회의를 가지면서 ‘팔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주식 매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우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크다. 우리 교역의 중국 편중도가 절대적으로 높아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출 감소세가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과 저물가에 빠져 디플레이션의 위험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는 것도 외국인들이 발길을 돌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초 2.9%를 목표했던 올해 성장률은 2% 달성도 어렵다. 잠재성장률 2.5%에 크게 못 미치고, 내년에도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생산 상품 및 서비스의 종합적인 물가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는 작년 4분기 이후 올해 3분기까지 계속 마이너스이고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경제활력이 줄곧 쪼그라들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또한 올 들어 11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디플레 가능성과 함께, 내년 대부분 한국 대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 북·미가 다시 강경한 대립 구도로 되돌아가는 상황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총체적 불안감이 외국인들의 ‘엑시트 코리아’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되는 현상을 보다 심각하게 보고, 디플레 차단과 금융시장 안정의 선제적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경제활력을 살리기 위한 정책 방향부터 새로 짜는 것이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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