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일련의 악재로 둘러싸인 국내증시가 9월들어 몸살을 앓고 있지만 최근 위기설과 관련해서는 다소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증시가 지난주 중반을 거치며 이른바 9월 위기설로 형성된 시장의 우려감은 다소 완화됐다며 이번주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와 관련해 부각된 불안이 별다른 무리 없이 지나갈 경우 그동안 시장을 압박해온 위기설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증시는 오는 9일과 10일 사이 6조원 상당의 외국인 채권만기 물량이 집중되어 있고 11일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외평채 30억 달러 중 10억 달러 정도가 차환발행될 예정이며 옵션만기일과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일정들이 모두 만만치 않은 시장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변수들의 부정적인 시장 영향력은 이미 시장에 많은 부분이 반영됐다며 외국인 보유 국채 만기와 관련된 9월 위기설은 심리적 측면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영향력(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국내증시는 본격적인 장세 분기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9월 위기설은 개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까지 가신 것은 아니므로 투심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금통위에서는 콜 금리 동결이 예상되고 외평채 발행은 가산금리가 현재 예상치인 200bp 전후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수급상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 증가가 예상돼 반등 탄력을 제한할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지속적인 저점 경신과 같은 적극적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용리스크 부각에 따른 내부여건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현재 가계부채 및 부동산 PF 문제 등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고 건설업체의 어려움이 영세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전 중이며 고유가와 환율불안, 조달금리상승 등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펀더멘털 역시 자본수지 악화와 경상수지 적자 문제 등이 부각되고 있으며 외환보유고의 적정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며 "유가하락 등의 요인을 반영해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으나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며 글로벌 신용경색 역시 완화조짐이 뚜렷하지 않고 있어 조기 개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민 연구원은 "그러나 시장이 반응할 호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국제유가를 중심으로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있
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기술적 분석과 관련해 "지난주 중반 이후 코스피지수가 3일 연속 양봉을 형성하며 추가 하락에 대한 강한 저항을 보인 점과 투자심리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코스닥시장이 주 후반 3일 연속 상승과 함께 적삼병 패턴을 만들며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국면 전환 가능성을 표출했다는 점을 통해 시장흐름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 역시 "내부적으로는 위기설 등의 악재가 개선되며 투매가 만든 폭락 분에 대한 회복시도가 진행될 전망"이라며 "다만 주 중에는 대기하고 있는 변수가 많고 수급 역시 10조원에 육박하는 매수차익잔고에 부담을 받고 있어 단기적으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거래소보다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급락세에서 벗어나 반등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시장흐름이 지난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진행된 탄력적인 반등국면으로 연장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근본적인 시장흐름에 있어 보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해외 변수들의 분기점이 추석 연휴 직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추석 연휴 시작과 함께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와 소매판매가 발표되는데 인플레 완화가 주식시장에 얼마만큼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미국 소비경기가 어느 정도 지탱될 수 있을 것인가는 9월 중순 이후 글로벌 증시 방향성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6일 FOMC 회의와 16~17일로 예정된 미국 11월 결산 금융기관 실적 발표 일정과 지난 휴일 미국 정부의 이번 주말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구제책 등도 중기적인 시장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