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어디갈래] “과자집으로 오세요”…다시 돌아온 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입력 2019-12-06 14:37 수정 2019-12-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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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젤과 그레텔' 피날레.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헨젤과 그레텔' 피날레.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이 다시 돌아왔다.

‘헨젤과 그레텔’은 독일의 작곡가 훔퍼딩크가 ‘그림형제’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에 수록된 동화를 바탕으로 오페라로 작곡했다. 바그너의 계보를 잇는 탁월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작곡가 훔퍼딩크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독일 민요가 연상되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멜로디와 다양한 유도동기, 웅장하고 환상적인 오케스트레이션에 담아냈다.

작품은 1893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독일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초연됐다. 이후 구스타프 말러 등 당대 독일은 물론 유럽 각지의 극장을 이끌었던 지휘자, 극장장들의 극찬 속에 여러 무대에 오르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에도 크리스마스 전후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헨젤과 그레텔’은 독일 레퍼토리에 정통한 연출가 크리스티안 파데와 무대ㆍ의상 디자이너 알렉산더 린틀 콤비가 각각 연출과 디자인을 맡아 살아있는 흥미진진한 극적 전개, 이와 어우러지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미장센을 완성했다.

독일 뮌헨 출생의 크리스티안 파데 연출은 30대 후반까지 연극 연출에 집중하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페라 분야에 진출해 레오 팔의 오페레타 ‘퐁파두르 부인’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20년간 함께 작업해온 무대ㆍ의상 디자이너 알렉산더 린틀과 호흡을 맞춰 꿈과 모험, 환상으로 가득한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선보이는 한편, 작품의 이면에 현대인의 과도한 욕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을 담았다.

연출가는 극의 상황을 헨젤과 그레텔의 꿈 속으로 설정한다. 훔퍼딩크의 원작에서는 가난한 부부 페터와 게르트루트의 어린 남매 헨젤과 그레텔이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하다가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다. 아이들을 야단치다가 저녁으로 먹을 우유가 든 단지를 깨버려 화가 난 엄마는 저녁 대신 먹을 산딸기를 따오라며 아이들을 어둑한 숲 속으로 쫓아버린다.

극심한 빈곤을 경험해본 적 없는 현대 관객들이 이 설정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연출가는 서곡이 연주되는 동안 헨젤과 그레텔을 대신할 연기자를 등장시킨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풍요롭게 살아가는 이 두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그림자놀이를 하다 잠들면,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이 등장해 잠든 두 아이와 자리를 바꾼다는 설정이다.

꿈속에서 헨젤과 그레텔은 알록달록한 마카롱 과자집에 현혹되고 그 집의 주인인 과자마녀에게 잡혀 죽음의 위기에 처하지만, 지혜로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마법에 걸린 아이들까지 구출한 뒤 부모를 다시 만난다. 연출가는 이 모든 과정을 아이들의 성장과정으로 해석해 보여준다.

▲헨젤과 그레텔.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헨젤과 그레텔.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이번 공연의 지휘는 성시연이 맡는다. 성시연은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국제 무대에 등장했다. 2007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지휘자로 발탁돼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2010년까지 명장 제임스 레바인의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활동했으며 2014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임명됐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 지휘를 맡으며 오페라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빠 헨젤 역은 세계적인 성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리투아니아의 메조소프라노 유스티나 그린기테와 독특한 음색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양계화가 맡는다. 여동생 그레텔 역으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사랑한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에서 발랑시엔 역을 맡아 열연한 소프라노 한은혜가 출연한다.

아빠 페터 역으로는 바리톤 이동환ㆍ이혁이, 엄마 게르트루트 역으로는 메조소프라노 정수연ㆍ임은경이 활약한다. ‘헨젤과 그레텔’의 또 다른 마스코트 과자마녀 역은 테너 정제윤과 민현기가 맡아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어린이들을 꿈의 세계로 인도하는 모래요정과 아침을 깨우는 이슬요정은 소프라노 김제니가 연기한다.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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