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아마도 ‘주52시간제’ 도입을 둘러싼 이슈일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정치적 이슈로서 일약 유행어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핫한 이슈가 되었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일·가정 양립(워라밸)을 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한 것이다. 문제는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되어 있는 기업(특히 중소기업)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동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별로 적용시기를 단계적으로 유예하고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에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시행시기를 달리하고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등 노력은 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52시간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대증요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탄력근로제를 비롯하여 선택근로제, 특별연장근로제를 확대하고, 전문직 화이트칼라에 대해서는 재량 근로 및 근로시간 적용 제외를 인정하는 등 유연근로제를 과감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주52시간제 못지않게 주목을 받은 것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이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3% 이하로 10년 전 수준으로 책정되었지만, 지난 2년간 30%에 가깝게 인상한 탓에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기업과 자영업 및 단기 알바와 같은 저임금 근로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이에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노인 일자리만 늘어날 뿐 30~40대 양질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가주도형 고용정책을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하여 노동시장의 본래 기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라는 기치 아래, 현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공공부문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여 나름 성과를 거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부정 채용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노노갈등’까지 표출되는 등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또한 노동시장을 경직화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오히려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개선하는 쪽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노동 분야에 있어서도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위에서 언급한 이슈 외에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법 개정을 비롯하여 산업안전망 확충을 둘러싼 문제, 최근에는 플랫폼 고용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 경제 전망도 밝지 않아 현 정권의 하산 길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자의 지혜로 난국을 헤쳐나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