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게임중독, 개인의 삶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입력 2019-12-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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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변화 직시하고 게임중독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 이해해야

오락으로 즐기는 게임에 '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과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수 일간 게임에만 집중하다 사망한 사례 등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게임중독은 정말 질병인 것일까, 아니면 개인의 취향일인데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학자, 의사들이 만들어낸 질병일까. 이는 개인적, 단체적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문제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게임중독은 질병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WHO에서는 2018년 국제질병분류인 ICD-11에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이라는 질병명을 기재하며 이를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2013년에는 미국정신과 미국정신과 질병분류인 DSM에서 'DSM-5, section III'에 '인터넷게임사용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라고 부르는 질병이 명명된 바 있다.

게임중독의 진단을 내리기 위해 살펴봐야 할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게임으로 하면서 조절력을 상실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에만 집중한다면 게임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여기에 게임으로 인해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게임을 하게 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고, 이로 인해 개인적, 가족적, 사회적, 교육적, 직업적 또는 다른 주요한 기능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게임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건강학계의 의견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산업적인 측면에서 질병으로써 게임중독에 대한 진단을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게임산업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데, 게임 사용장애가 모든 게이머를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만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게임 자체가 문제가 되고, 게임산업이 정신질환자를 양산한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게임중독은 게임 자체가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심리적인 취약성, 기질적 취약성을 가진 개인이 중독성이 강한 게임을 하게 되면서 사회적인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 게임에서 주는 즐거움이 큰 경우 게임이 중독되게 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게임중독이라는 진단은 게임산업을 비판하는 측면이 아니라 게임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의 삶을 돕고자 하는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게임중독을 치료할 적절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실질적으로 의료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흐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게임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그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게임중독 진단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던 것처럼 각종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대처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인터넷중독이 이슈가 됐을 때 셧다운제가 마치 유일한 해답인 것처럼 오해했던 것처럼, 스마트폰이나 게임중독을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 등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독일이 각성제의 중독성을 모르고 세계대전에서 각성제를 마구 사용하다가 향후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후에야 '각성제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게 된 사례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게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 더 많아지기 전에 게임에 중독되는 일부가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적극적이고 고차원적인 측면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의 시대에서 빠른 변화에 맞춰 스마트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건강의 문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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