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일대 주택시장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청량리 재건축 시장의 ‘마지막 대어’로 꼽혔던 미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열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미주아파트 전용면적 102㎡형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는 이달 12억 원으로 올랐다. 9억5000만 원에 팔렸던 지난달보다 몸값이 2억 원 넘게 뛰었다. 집주인은 수요자와 가격 줄다리기 끝에 매물을 거둬들이기 일쑤다. 앞으로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주아파트는 서울 시내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중 세 번째로 가격이 많이 오른 단지로도 꼽혔다. 인근 H공인중개사 대표는 “올 들어 청량리 일대에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면서 이런 식으로 가격이 붕 뜨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억3000만 원에 매매됐던 청량리현대아파트 전용 129㎡형도 이달 들어선 호가가 8억7000만 원으로 높아졌다.
청량리 일대 주택시장이 이렇게 뜨거운 것은 올 여름 분양 흥행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올해 청량리 일대에선 재개발 단지 3곳(해링턴 플레이스·한양수자인 192 주상복합ㆍ롯데캐슬 SKY-L65)이 잇따라 분양했다. 모두 합쳐 2358가구를 분양했는데 2만8247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인근 공인중개사에선 “OS(외주 홍보 요원)가 청량리 일대를 휩쓸고 다니며 분양 단지 홍보 전단을 살포하는 등 분양시장 분위기가 뜨거웠다”며 “주변 기존 아파트까지 가격이 훌쩍 뛰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심이 몰렸던 단지는 롯데캐슬이다. 로열층은 분양가가 9억 원이 넘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인기를 잠재우진 못했다. 1195가구를 분양하는데 1만9754명이 청약을 넣어 경쟁률이 16.53대 1까지 올랐다.
청량리 일대 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역세권’이다. 도시철도 노선만 4개(1호선ㆍ경의중앙선ㆍ경춘선ㆍ분당선)가 지나간다. 도심과 강남권까지 10~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에 강북횡단선과 면목선, GTX-BㆍC까지 개통하면 ‘8중 역세권’이 된다. 직주 근접성을 선호하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이 같은 장점이 점점 부각될 수밖에 없다.
최근엔 미주아파트도 ‘재건축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시가 3일 재건축정비구역 지정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위원회가 정비구역 지정을 승인하면 정식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동대문구와 입주민 측에선 1400여 가구 규모로 최고 35층, 13개동을 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주아파트는 청량리 부동산의 ‘마지막 대어’로 꼽힌다. 현재 단지 규모가 1089가구로, 재건축이 가능한 인근 아파트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인근 다른 아파트는 미주아파트보다 단지 규모가 작고 안전진단 등 넘어야 할 관문도 더 많이 남아있다.
청량리역과 도보로 10분 떨어져 있는 초역세권 단지라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분양한 단지 중 용두동에 있는 해링턴 플레이스나 한양수자인 192 주상복합보다 청량리역과 더 가깝다.
다만 미주아파트는 재건축을 위해 넘어야 할 문턱도 낮지 않다. 현재 210%에 묶여 있는 용적률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주아파트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재건축해도 300%가 상한이다.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라간 미주아파트 재건축 임시 설계안에서 일반분양 물량이 90여 가구밖에 안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입주민 측에선 재건축 이익이 별로 안 된다며,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바뀌면 용적률이 최고 500%까지 올라간다.
오대열 경제만랩 팀장은 “청량리 일대 집값은 교통 등 장점에 비해 오랫동안 저평가된 부분이 크다”며 “일시적으로 조정장을 맞더라도 곧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