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개 산책 대행 앱 업체 ‘왜그랩스(Wag Labs) 지분 약 50%를 왜그 측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번 매각과 함께 비전펀드는 왜그 투자에 따른 이사회 의석 2자리도 반납한다.
비전펀드가 얼마나 투자 자금을 회수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WSJ는 회수 금액이 당초 투자액에 크게 못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전펀드가 지난해 초 왜그에 3억 달러(약 3572억 원)를 투자했을 당시 기업가치는 약 6억5000만 달러로 평가됐다.
그러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왜그는 올해 초 직원 수십 명을 해고한 데 이어 현재도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고 있어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졌을 것이 확실시된다.
개렛 스몰우드 왜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소프트뱅크는 더는 이사회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호적으로 결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우리는 비즈니스 요구에 맞게 조직을 조정하면서 많은 친구와 동료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고 대규모 감원 사실을 전했다.
왜그는 앱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개 산책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프트뱅크 이외에도 제너럴캐털리스트와 배터리벤처스 등 벤처캐피털이 왜그에 투자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유망 스타트업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는 소프트뱅크 전략의 또 다른 실패 사례다. 애초 왜그는 7500만 달러 자금 조달을 모색했는데 소프트뱅크는 4배에 이르는 돈을 퍼준 것이다.
왜그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서비스를 해외시장으로 확장하고 개 산책 대행을 넘어 손질과 수의학 관리 등 관련 애완동물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계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로버(Rover) 등 다른 경쟁사에 밀리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테크놀로지의 증시 상장 후 주가 부진,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포기 등 그동안 벌여왔던 투자가 속속 실패,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손정의 회장의 명성에도 금이 크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