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왕따’ 코스피, 펀드도 해외주식 담아야 승자

입력 2019-12-10 16:09 수정 2019-12-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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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무역분쟁에 취약…낮은 민간 활력도 증시 매력 낮추는 요인

상승 랠리 중인 해외와 달리 국내 증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미ㆍ중 무역갈등 완화와 전 세계적 유동성 확대로 세계 주요국 증시에 돈이 몰리고 있지만 유독 대한민국 증시는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으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펀드도 해외주식을 자산으로 담아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됐다.

10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펀드 965개의 평균 수익률은 0.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편드 777개의 평균 수익률이 21.79%인 것과 비교하면 극도로 저조한 실적이다.

연초 이후 주가지수 변동률만 비교해도 펀드 수익률이 이처럼 차이 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9일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코스피와 코스닥 변동률은 각각 2.33%, -7.07%다. 같은 기간 미국의 다우산업(19.64%), 나스닥(29.94%), S&P500(25.10%) 지수는 상승 랠리를 펼치며 지수 신고점을 연이어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24.12%), 프랑스(23.39%) 등 유럽 선진국들도 대표지수가 올 들어 20% 이상 오르는 상승세를 펼쳤다. 브렉시트 변수로 휘청였던 영국도 7.52% 오르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월등히 웃돌았다.

특히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주변국과 비교하면 국내 성적은 더욱 신통치 않아 보인다. 미국과 무역 줄다리기 중인 중국은 이 기간 16.86% 올랐고, 우리나라와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은 17.07% 상승했다. 아시아 신흥국 중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경제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대만(19.88%)도 20%에 육박하는 상승세다.

해외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1월 기준 외화주식 보관금액은 140억2000만 달러(약 16조699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월(107억6800만 달러)보다 30.2% 불어난 수치다.

국내 증시가 미ㆍ중 무역갈등 향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크게 의존해 미ㆍ중 무역분쟁에 타격을 크게 받는 구조다. 실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올해 9월까지(1~9월) 수출 감소율 -9.8%를 보이는데, 이는 전 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감소율이다.

증권업계는 미ㆍ중 무역갈등이 현재 완화 국면에 있지만 혹시 모를 악재 발생에 대한 위험 회피 차원서 외국인이 국내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ㆍ중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자이자 헤지(위험회피) 타깃”이라며 “4~5월에도 최근 한 달과 유사하게 외국인이 국내 주식 현선물에서 약 6조 원을 매도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에도 미ㆍ중 무역협상이 막바지로 보이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외부적 변수뿐만 아니라 국내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도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나 고착화된 저물가 및 저성장이 한국보다 먼저 진행된 국가”라며 “하지만 민간의 활력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정부 지출을 제외한 민간의 성장률은 대만이 2.7%인 반면 한국은 0.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대만 등 주변국보다 민간의 활력이 떨어지고 미ㆍ중 관계에서 전략적 위치, 상대적인 실적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며 “이미 상반기 반도체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국 주식을 매수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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