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499조 원 예산안’ 맞불 제출했지만 표결 안해

입력 2019-12-1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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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조’ 예산수정안 상정되자 한국당 반발…"1조6000억 원 삭감 합의 도달했지만 여당이 내역 공개 안해”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이종배 예결위 간사 등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의장에게 예산안 상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이종배 예결위 간사 등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의장에게 예산안 상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 2개의 예산안 수정안이 상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구성한 '4+1(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 + 대안신당) 협의체'의 예산 수정안에 맞서 자유한국당이 총 499조 2539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마련한 것이다.

문 의장은 10일 오후 8시 40분께에 본회의를 속개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상정했다. '4+1 협의체'는 총 512조3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먼저 상정한 것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기립해 “뭐 하시는 겁니까!”, “사퇴하라!”, “의회독재”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에 나섰다. 당초 본회의 안건 상정 순서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마지막 부분에 위치해 있었다.

본회의가 파행을 겪으면서 문 의장은 한국당의 '맞불' 예산안을 표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4+1 협의체'에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한국당이 국회에 제출한 자체 수정안은 당초 정부가 제출한 513조4580억 원을 499조2539억 원으로 감액한 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이 발의했다.

15조9735억 원을 감액했고, 1조7694억 원을 증액했다. 이에 따라 14조2041억 원이 순삭감됐다. 적자국채 발행은 정부안 60조2000억 원을 49조4000억 원으로 10조8000억 원 줄였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4+1 협의체가 예산안 '날치기'를 밀어붙인다며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여야 간 예산 합의 과정에 대해 "논의 끝에 1조6000억 원 삭감으로 합의를 보고 기존 (4+1 협의체의) 삭감 내역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기존 내용을 알아야 추가로 삭감한 4000억 원을 어디서 삭감할지 알 수 있으니 내역을 달라고 했는데 일단 시트작업(예산명세서 작성)을 하면서 참고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도 안 풀려서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갔는데 그사이에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었고, 4+1 협의체 합의안으로 상정한다고 되어버렸다"며 "(국회의장에게) '1시간 만이라도 연기해달라. 그사이에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결국 잘 안됐다"고 전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3당 원내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간 합의로 순삭감액 1조6000억 원으로 거의 합의에 도달했지만, 총삭감액과 증액 부분에 대해 전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삭감액을 어떤 항목에서 얼마 삭감하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정하겠다고 하고 우리에게는 삭감액의 금액만 정해서 제출해달라는 요구여서 사실상 예산심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우리 당을 예산심사 과정에 끌어들여서 예산 도둑질 공범으로 만들려는 시도에 불과했다"며 "불쾌하고 당혹스럽지만 이제 와선 예산을 처리하겠다며 최후통첩하고 8시에 처리한다고 마지막 고지를 했다"고 했다. 이어 "나름 준비한 절차가 있다. 원내부대표가 준비해주시고 순서대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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