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도 부작용 있는데”…한경연 “65세 정년연장 논의 성급…청년실업 악화 우려”

입력 2019-12-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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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 발표…“정년연장 준비, 충분한 시간 필요해”

한국경제연구원이 65세 정년연장 논의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3년 전 시행된 60세 정년연장으로 기업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조기 퇴직이 증가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도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오는 상황에서 또 다시 정년연장을 논의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정년연장을 논의하기 전에 임금과 생산성을 연계해 기업의 고용유지 부담을 낮추고 신산업 육성 등으로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정년연장에 따른 부작용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정년연장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대외적 불확실성, 내수침체 등 경기적 요인도 있지만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으로 조기퇴직자가 급증했고 정년퇴직자는 정체됐다”고 밝혔다.

60세로 정년연장은 2016년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부터 시행됐으며 2017년에 전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됐다.

60세 정년 시행 이전 2012~2015년 연평균 37만1000명이었던 조기퇴직자가 60세 정년 시행 이후인 2016~2019년 연평균 51만40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년퇴직자는 2012년 27만200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60세 정년이 시행된 2016년 35만5000명 최고를 기록한 이후 35만 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기퇴직자가 14만 명가량 늘어난 반면, 정년까지 일하는 근로자는 8만 명이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근속연수에 따라 상승하는 임금체계가 보편적이어서 정년연장으로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근로자가 증가해 비용부담이 높아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대부분이 연공성이 있는 임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300인 이상 기업 중 54.8%에 그쳤다.

특히 60세 정년연장 이후 청년실업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2015년 20대 실업자가 연평균 32만5000명이었지만, 60세 정년 시행 이후인 2016~2019년에는 연평균 39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대기업 신규채용 규모 역시 60세 정년 시행 이전 4년간 연평균 7만9000명에서 60세 정년 시행 이후 연평균 7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에코세대 청년(25~29세)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데, 경기 부진에다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정년연장으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축소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300인 이상 기업들은 신규채용 감소 원인으로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42.0%)’에 이어 ‘60세 정년 시행에 따른 신규채용 여력 축소(21.7%)’를 꼽았다.

한경연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의 혜택은 고용안정, 고임금 등 고용여력이 있고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정규직·유노조’ 중심으로 적용돼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대기업ㆍ정규직ㆍ유(有)노조’라는 조건에 해당하는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7.2%에 불과하다.

실제로 대기업 A사 정규직 노조의 근속연수는 2013~2015년 연평균 17.1년에서 60세 정년 시행 이후인 2016~2018년 연평균 18.0년으로 0.9년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 정규직은 연평균 7.2년에서 7.6년으로 0.4년 상승에 그쳤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임금체계를 가진 일본 역시 정년을 연장하기 전 직무급 도입을 선행하고 임금연공성 완화를 위해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지고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998년 60세 정년 시행 이후 8년 뒤인 2006년 65세 정년 관련 ‘단계적 고용확보조치’를 시행했다. 단계적 고용확보조치는 정년연장, 계속고용제도, 정년폐지 중 선택 가능한 제도로, 고령자 고용기준 연령은 단계적으로 상향됐다.

이외에도 한경연은 규제완화,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기업 정규직의 급격한 임금인상 자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완화해 60세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장기적으로 정년연장이 필요하지만, 성급한 정년연장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2017년 전 사업장에 도입된 60세 정년연장의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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