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60)는 이날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페르난데스는 의회 연설에서 취임 일성으로 경제 회복과 부의 재분배를 강조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이 주도한 4년간의 시장 개혁이 인플레이션과 빚더미, 경제난을 남겼다”면서 “아르헨티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빈곤한 사람들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면서 전임 대통령의 긴축정책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취임으로 아르헨티나는 4년 만에 다시 좌파 정권을 맞게 됐다. 2007∼2015년 집권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도 4년 만에 부통령으로 대통령궁에 돌아왔다. 이들의 복귀로 ‘페론주의’도 다시 아르헨티나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다. ‘페론주의’는 1940년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국가사회주의 정치 이념으로,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해온 대표적인 사상이었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 광장을 메운 지지자들은 “우리가 돌아왔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페론주의의 귀환에 환호했다.
전임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1950년대 이후 임기를 마무리한 첫 비페론주의자다. 4년 전, 그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등 친시장주의적 정책을 내걸고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그의 임기 동안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였다. 경제를 부흥시키고 인프레이션을 잡는데 실패하면서 빈곤과 실업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화된 경제난 속에 페르난데스는 빈곤 계층을 위한 복지 정책, 실업자들을 위한 대출과 지원 프로그램, 의료 및 식료품 지원을 약속하며 여론을 움직였다.
하지만 WSJ는 페르난데스가 약속한 공약을 실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당장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아르헨티나는 1000억 달러(약 119조1000억 원)에 달하는 외채를 지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현재까지 받은 440억 달러의 채무 상환 일정을 재조정하는 것도 시급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날 “IMF, 그리고 다른 채권자들과 건설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는 부채를 상환할 의지가 있지만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정권이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이를 벗어나고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마크리 전 대통령의 중도우파가 여전히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페르난데스 정권의 지출 계획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라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