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사업 2차전지ㆍ신소재 ‘인기’…바이오는 ‘주춤’

입력 2019-12-11 16:15 수정 2019-12-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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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에 상장사들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신소재, 2차전지 등 최근 증시를 좌우하는 업종을 신사업 영역으로 택한 기업들이 많았다. 반면 신규사업으로 인기를 끌었던 바이오 분야는 여러 악재 탓에 주춤한 양상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을 추가한 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74곳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내년 청사진으로 신사업 진출을 제시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11월로 범위를 좁히면 휠라코리아, 에스제이케이, 액션스퀘어, 현성바이탈, 유테크, 소프트센 등의 20개 가까운 기업들이 사업 목적에 새로운 업종을 추가했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ㆍ수소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았다. 에스모머티리얼즈는 지난달 수소연료 전지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를 위해 이미 수소차 전지용 음극재와 분리막 코팅 시스템 등을 제조하는 기업인 엔엠티를 인수했다.

세원은 9월 전기차, 스마트 모빌리티 관련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이달 자동차 부품기업 아이에이가 세원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율호, 아리온 등이 사업목적에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소재 산업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도 눈에 띈다. 리켐은 9월 친환경 수소저장 합금 소재 연구개발,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이를 위해 고체수소저장기술을 보유한 한국에너지재료(KEM)와 합작법인인 한국고체수소를 세워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나노메딕스, 에스엔텍비엠, 테라셈 등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관련 연구개발을 사업목적에 새로 넣었다. 다만 가시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나노메딕스 정도다. 하반기 들어 ‘투자 귀재’ 짐 로저스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그래핀업체인 스탠다드 그래핀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주목할 대목은 바이오 분야 신사업 진출이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기업은 아예 진출 계획을 취소했고, 바이오 분야에 새로 진출한 기업은 도리어 주가가 내려가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일례로 유니맥스글로벌과 에스제이케이는 사업목적에서 의약품 등 바이오 관련한 항목을 삭제했는데, 유니맥스글로벌은 1ㆍ2대 주주가 바이오 사업 추진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고점에 달한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단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반면 과거 공작기계 제조업을 영위하던 유지인트는 10월 에이비프로바이오로 사명을 바꾸고 이중 항체 신약 개발 사업에 나섰다. 상반기 700원대를 횡보하던 주가는 이후 1600원대까지 올랐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1000원 밑으로 추락한 상태다.

통상 사업 다각화는 지지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는 단기 모멘텀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선 신사업 진출을 무조건적인 호재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기존 사업과 무관한 분야에 무리하게 투자했을 경우 오히려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 진출을 밝힌 기업 중 현재 오랜 실적 부진이나 상장폐지 이슈 등으로 기업 존폐에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다. 일례로 10월 말 임시주총에서 신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퓨전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었다가 96% 비율 감자를 결정한 상태였다. 상폐 위기를 겪었다가 현재 거래소로부터 개선 기간을 부여받은 녹원씨엔아이, 해덕파워웨이도 재기를 위한 발판으로 신사업 진출 소식을 알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사업 진출이 무조건 호재가 아니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학습한 지 오래됐다”며 “현 사업과 연관성, 신사업을 추진하는 인력의 전문성, 재무건전성과 지속가능성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주가 추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모델이 좋고 건실하다면 신사업 진출에 무리하게 뛰어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신사업 진출하는 상장사들의 재무 상태와 진출 맥락 등을 잘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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