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2조 달러’ 목표 달성 사활...왕족·기관에 “바이 아람코” 닦달

입력 2019-12-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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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람코의 정유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람코의 정유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블록버스터급’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기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초 목표로 한 ‘기업가치 2조 달러’ 달성을 위해 기관과 왕족들을 닦달하고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2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아람코 주가를 띄우기 위해 기관과 왕족, 부호들을 상대로 아람코 주식 매입 압박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11일 사우디 증시인 타다울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관계자들은 FT에 “현재 모든 초점은 2조 달러 도달에 맞춰져 있다”며 “장외 시장에서도 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주 아람코는 IPO 공모가가 참고가격 범위의 상단인 주당 32리얄(약 1만 원)로 책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지만, 당초 사우디 왕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32리얄에 IPO를 하면 아람코는 256억 달러(약 3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되지만, 기업가치는 1조7000억 달러로 목표치인 2조 달러에 못 미친다. 시장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기대했던 ‘블록버스터급’ 데뷔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공공연금청(PPA),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에 아람코 주식 매입을 지시했고, 2017년 부정부패 혐의로 호텔에 감금됐던 왕족과 부호들에게도 주식 매입 압박을 넣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처럼 아람코의 IPO에 사활을 건 배경에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경제 개혁이 재정난으로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깔려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람코의 IPO가 대폭 축소되면서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11일 보도했다. 사우디 국내외 시장에서 100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기대했는데, 정작 자국 내에서의 조달액이 256억 달러에 그치게 됐기 때문이다. 9일 밤 발표한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19년의 4.7%에서 6.4%로 악화했다. 유가 하락으로 세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석유 판매 수입이 15%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됐다. 결국 탈석유 개혁을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사우디 정부는 조만간 해외 상장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당국이 아시아 상장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고 11일 전했다. 관계자들은 해외 상장처로 일본과 중국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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