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검찰 금융조사부 폐지, 재고돼야 한다

입력 2019-12-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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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2000년 초에 대형 금융사건이 하나 터졌고 그 사건이 터지기까지 수사기관이나 관련 부처에서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에 질타가 쏟아졌다. 검찰에서 그 사건을 이미 수사했는데 기소유예로 종결했고, 금감원은 오래전에 관련 사건으로 40여 건을 고발했는데 이를 배당받은 검사가 업무 폭주로 장기간 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요 사건을 장기간 방치하고 터무니없이 처리했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총장이 바뀌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검찰 입장에서 금감원 이첩 사건을 어느 한 검사실에서만 다루는 것이 사건 숫자가 너무 많고 그 중요성도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02년 부랴부랴 서울중앙지검에 형사9부를 만들어 금감원 고발사건과 금융범죄만을 전담하는 수사부서로 지정했다. 필자가 그해 형사9부 부부장검사로 발령받아 앞서 말한 40여 건의 금감원 고발사건을 6개월 동안 수사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형사9부는 금융조사부로 명칭을 바꾸고 수사 인원도 늘려 운영하다가 2014년 서울남부지검이 금융수사 중심청으로 지정되자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금융조사1·2부를 설치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에서는 검찰개혁 및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금융조사부 폐지를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권을 대부분 포기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또는 2차 수사에 국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존 검찰의 특수부(반부패부) 등 직접 수사부서를 폐지하면서 금융조사부까지 없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과 금감원 양쪽 기관에 모두 근무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금융조사부는 그 기능이나 역할이 검찰개혁이나 수사권 조정과는 별로 관계없는 부서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금감원은 30년 전부터 증권범죄를 조사해왔다(옛 증권감독원). 그리고 금감원 발족 후에는 자본시장조사국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전담하고 있고, 금감원 직원들도 검찰 특수부, 금융조사부 등에 파견근무를 해오는 등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과 금융조사부는 30년 이상 유기적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관계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린다는 것은 국가 조직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금융범죄, 특히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살인, 절도와 같은 자연범이 아니라 자본시장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법률로 만들어진 특수한 범죄이기 때문에 그 개념이나 작동원리, 구성요건들이 일반 형사범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한, 이를 적발하거나 증거를 수집, 분석함에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고, 형법에서 규정한 범죄가 아니어서 로스쿨이나 대학에서 따로 배우지도 않기 때문에 금융범죄에 대한 수사 경험이나 축적된 노하우는 일선 수사 실무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런 유일한 수사부서를 없애버린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셋째, 올해부터는 금감원 직원들도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금융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금감원 수사에 대해 이를 지휘할 금융조사부가 없어진다면 사실상 금감원 사건의 검찰 송치 후 2차 수사부서가 없어지는 셈이다. 즉, 금감원 입장에서는 금융조사부의 일관된 법리 적용이나 양형 기준에 따라 수사 지휘를 받는 게 아니라 개별 형사부의 각자 다른 검사들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게 돼 일관성이 결여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금감원에서 1차 수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개혁의 명분인 직접수사권 축소라는 방향과 모순되지도 않는다.

이런 여러 사정을 따져보면,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 직접수사권을 축소한다는 핑계로 금융조사부를 폐지하게 되면,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부서가 없어지고, 자본시장조사국과의 인적·물적 유기적인 관계가 침해되거나 금융범죄 수사 역량의 필연적 약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반드시 재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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