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틀간의 FOMC를 마치고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예상대로 금리를 1.50~1.75%로 동결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10명 위원 모두 찬성표를 던지며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연준은 올해 들어 세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 현 금리 수준으로 낮췄다. 장기화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 번 FOMC에서 미국의 양호한 경제 상황, 탄탄한 노동 시장을 이유로 ‘보험 성격의’ 금리 인하 행보를 일시 중단하고,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의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노동시장, 2% 목표의 인플레이션을 지지하는 데 적절하다”면서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전개 상황과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포함한 경제 전망 관련 데이터를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문구도 삭제했다. 지난 10월 FOMC 성명에서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데 이어 한층 더 나아간 것이다. 이는 연준이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해 덜 우려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경제 전망은 진행 중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향후 경제 관련 정보가 지금 전망을 유지하게 하는 한, 현재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번 FOMC에서 내년 금리 동결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모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는 내년 말 금리 전망치가 1.6%로 제시됐다. 이는 올해 말과 같은 수준으로, 내년 금리 인상이 없다는 의미다. 투표권이 없는 위원들을 포함해 총 17명의 위원 중에 13명이 내년 동결을 전망했고, 4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추가로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파월 의장도 기자 회견에서 “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오름세를 보여야 하고, 또 지속해야 한다”고 말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향후 수 개월 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했다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9월과 10월에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