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비를 넘기는 듯했던 가계빚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국제기준으로 본 증가순위도 다시 다섯손가락 안에 꼽혔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신흥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1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전 분기 말보다 0.8%포인트 상승한 92.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0.9%포인트 증가를 기록한 이후 3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가 확대된 것이다. 작년 4분기엔 0.7%포인트, 올 1분기엔 0.2%포인트 늘었었다.
이에 따라 증가 순위도 BIS가 집계하는 43개국 중 5위로 올라섰다. 지난 분기에서는 9위까지 떨어진 바 있다. 1위는 홍콩(+2.6%p)이 차지했고, 노르웨이(+1.4%p), 스위스와 중국(각각 +1.0%p)이 그 뒤를 이었다.
절대 수준도 2016년부터 이어온 세계 8위를 유지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압도적 1위다. 스웨덴(130.9%), 호주(119.3%), 덴마크(114.9%), 노르웨이(101.7%), 네덜란드(101.6%), 캐나다(100.8%), 뉴질랜드(94.6%)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흥국 중에서는 홍콩이 75.8%로 1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은 1556조7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1%(16조8000억 원) 증가한 바 있다. 직전 분기에는 0.2%(3조2000억 원) 확대되는 데 그쳐 6년 만에 가장 적게 늘었었다. 3분기 중 가계신용도 1.0%(15조9000억 원) 늘어난 1572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증가세는 계속됐다.
다만 계절적 요인을 제거해 볼 수 있는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1분기 4.9%에서 2분기 4.3%, 3분기 3.9%를 기록했다. 2016년 4분기 11.6% 증가를 기록한 이래 2년 9개월(11분기) 연속 증가세가 줄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얼마여야 위험하다는 기준은 없다. 금융시장이 발달하다 보면 대출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는 위기시를 제외하면 많지 않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해서 볼 수 있는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본 가계부채 증가율 자체는 최근 감소세다. 분모요인인 GDP가 최근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