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ㆍ16 대책' 왜 나왔나 봤더니… 강남 집값 잡으려다 강북마저 '고공행진'

입력 2019-12-1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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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12-17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저평가 인식에 ‘갭 메우기‘ 활발… 비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 더 높아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안 오른 곳이 있나요?” (서울 금천구 시흥동 A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하루가 멀게 뛴다. 집값이 안정화되기보다 오히려 더 날뛰는 모양새다. 올 들어 강남3구(서초ㆍ강남ㆍ송파구)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이 아닌 그동안 저평가됐던 서울 강북지역 집값도 오름세가 가파르다. 가격 상승률로 따지면 강북권은 강남권보다 더 많이 올랐다. 이른바 가격 ‘갭 메우기’ 영향이다. 서울 강남3구를 겨냥했던 대책이 그 외 지역에서 규제의 역설로 나타난 셈이다.

급기야 정부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ㆍ16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대출ㆍ세금ㆍ청약 규제 등을 총망라한 종합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17일 부동산114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매매 신고가 이뤄진 서울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하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 가격(8억2376만 원)은 상반기(7억9228만 원)보다 3.97% 뛰었다.

지난해 하반기(6억638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13.7%(9590만 원)에 비하면 상승률이 낮지만 올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라는 굵직한 대책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오름세라는 평가가 많다.

지역별로는 강북권이 강세였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종로구다. 올 상반기 6억6151만 원이었던 평균 매매가격은 하반기 8억3492만 원으로 26.2%나 올랐다. 이어 구로(24.6%)ㆍ서대문(20.3%)ㆍ영등포(19%)ㆍ강서구(17.8%)가 뒤를 이었다. 강남3구는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고,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한 곳은 송파(-3.40%)ㆍ양천구(-1.98%) 두 곳뿐이다.

다만 이번 통계는 이달 현재 기준으로 조사한 데다, 실거래가 신고 기간이 60일이어서 아직 신고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한 점을 감안하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강남권은 올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가 3.3㎡당 1억 원을 찍을 만큼 하루가 멀게 매맷값이 치솟았다. 11월 한 달 동안 강남구에서 매매거래된 중형아파트(전용면적 60~85㎡ 이하) 거래량 27건 중 3분의 1을 넘는 10건이 20억 원을 웃돈 가격에 매매됐다. 10%만 올라도 2억 원이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몸값이 큰 아파트가 많다는 의미다. 올해 비강남권의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도 체감도는 강남권이 훨씬 높았던 이유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 하반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공급 감소 우려 확산에 ‘이 기회에 사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데다 학군수요 등의 영향까지 더해져 매물 부족이 심화됐다”며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저평가된 지역에 진입하면서 가격 갭 메우기가 활발해져 비강남권의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갭 메우기는 특정지역이나 단지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이나 단지가 가격 차를 좁히는 것을 말한다. 서울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어차피 서울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과 단지에 수요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누를수록 더 튀어오르는 ‘규제의 역설’의 결과인 셈이다. 실제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컸던 서울 마곡수명산파크3단지(전용 84㎡)와 금천구 시흥동 시흥(전용 39.8㎡), 구로구 개봉동 길훈아파트(전용 70.67㎡)의 오름세가 대표적이다.

금천구 시흥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등 별다른 호재가 없었는데도 아파트값이 2배 가까이 뛰었다”며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값이 안 오른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의 경우 경기 안산~광명~구로~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교통망 호재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1000조 원을 넘는 시중 부동자금과 재개발ㆍ재건축 호재, 매물 부족 심화 등에 힘입어 올랐다. 여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과 자사고ㆍ특목고 폐지 및 대학 정시 확대 등 교육제도 개편 영향까지 가세하면서 집값은 갈수록 치솟았다. 서울 집값은 지난주까지 24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 주 0.13%에서 0.17%로 더 확대됐다.

이 같은 상승세는 외지인 투자와 30대 젊은층의 내집 마련을 부추겼다. 올 들어 10월까지 거래된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량은 1만7250건이었다. 30대의 기존 아파트 매매 건수도 10월 2518건으로 6월(1048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웬만한 청약가점으로는 신규 공급아파트 당첨이 불가능 할 만큼 분양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너도나도 기존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린 결과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2ㆍ16 대책에 따른 세금(보유세ㆍ양도세) 증가 부담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시세 차익이 높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와 세금 강화를 골자로 한 이번 부동산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서울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이나, 수요가 많은 서울 중심의 공급 확대 방안이 없어 집값이 ‘반짝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며 “공급 불안 심리에 새 아파트에 대한 심리적 희소성이 더해지면 신축 단지를 주축으로 집값 상승이 수도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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