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

입력 2019-12-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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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수완이 아니라 민주경영 자세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버섯농장 한 켠에 마련된 조립식 건물 내의 작은 사무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이 정도면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농사꾼에겐 과분한 공간이 아니냐고 말했다. (사진제공=LG그룹)
▲버섯농장 한 켠에 마련된 조립식 건물 내의 작은 사무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이 정도면 버섯농장을 운영하는 농사꾼에겐 과분한 공간이 아니냐고 말했다. (사진제공=LG그룹)

대한민국이 가질 수 있었던 최고의 경영자가 하늘의 별이 됐다.

14일 오전 10시 향년 94세의 나이로 타계한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삶은 척박한 우리 경제에 발전의 디딤돌을 놨다. 또 그의 경영철학은 민주주의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표상이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은 교사로 근무하던 중 부친 구인회 창업 회장의 부름을 받아 1950년 교편을 놓고 락희화학 이사로 취임했다. ‘이사’라는 직함에도 구 명예회장은 가마솥에 원료를 붓고 불을 지펴 럭키크림을 만들어 손수 판매했고 하루걸러 공장 숙직을 하며 새벽마다 도매상들을 맞았다.

이런 현장 경험과 감각은 락희화학과 럭키금성을 ‘글로벌 LG’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고 동아시아에 있는 전후(戰後) 후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만드는데 밀알이 됐다.

그는 회장 취임 당시 연 매출 270억 원 규모이던 회사를 퇴임 시 매출 38조 원으로 재계 3위 그룹으로 육성했다.

하지만 후대가 기억하고 배워야 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구 명예회장에게 부(富)를 자랑거리가 아니라 ‘강토소국(疆土小國) 기술대국(技術大國)’이라는 신념으로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행동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늘 “한 사람의 뛰어난 머리보다 열 사람의 지혜를 더 중시한다”라며 토론과 협력을 통한 아이디어의 발전을 강조했다. 토론이 고속성장 실행의 걸림돌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는 필요과정이라는 민주적이자 선구적 사고를 했던 셈이다.

내려놓는 능력도 대단했다. 25년간 맡았던 회장직을 스스로 후진에게 물려줘 국내 기업사에 '무고(無故ㆍ아무런 사고나 이유가 없음) 승계' 첫 사례를 남겼다.

퇴진 후에는 철저하게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가 충남 천안시 연암대학교 농장에 머물며 버섯연구를 비롯해 자연과 어우러진 취미 활동에만 열성을 쏟으며 일상을 보냈다.

LG그룹은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라고 밝혔다.

고대 아테네 민주정치의 전성기를 이룩한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의 말처럼 고인은 자신의 경영 행보와 업적 자체가 명예이며 그걸로 충분하다고 읊조리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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