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흔의 共有하기] “타다만 혁신성장이냐?” 씁쓸한 해명

입력 2019-12-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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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타다’만 혁신성장이냐?”

이 발언은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이재웅 쏘카 대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일각에서 정부가 타다 금지법으로 혁신성장을 죽인다는 비판이 일자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달 10일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기자실을 찾아 1시간 넘게 타다 금지법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타다 논란이 시작된 이후 타다를 놓고 혁신성장이냐 아니냐는 문제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한마디씩 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타다 승객이 편리하다면 그걸로도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자의 생각까지 덧붙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에서 혁신성장이 왜 어려운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듯싶다.

이번 타다 논란을 보면 국토부 공무원들의 생각은 결국 타다도 또 다른 택시 서비스라고 보는 것 같다. 카카오를 비롯해 모빌리티 업체들이 혁신성장이라고 홍보를 하지만 공무원 입장에선 결국 타다나 카카오나 택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현재 택시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모빌리티 업체도 택시산업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결국 타다 금지법의 핵심인 이유다.

국토부의 해명은 그럴듯하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우버 등의 모빌리티 업체들도 결국 기존 산업(택시)과 갈등 속에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타다처럼 렌터카를 이용한 영업을 허용한 나라가 없다는 것도 그렇다. 공무원들은 현재 면허와 총량제를 중심으로 한 택시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빌리티도 병행하길 원한다.

그러나 타다 같은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기존 산업과 다른 모델에서 운영하길 원한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아예 제도권 밖에서 운영하게 해달라는 주장도 한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점차 늘어날 텐데 국토부 공무원들의 마인드를 보면 혁신성장이 자리 잡기란 어려워 보인다. 당장 몇 년 후면 드론 택시가 상용화될 텐데 드론은 어쩔 텐가. 드론도 택시라며 택시면허를 따야 한다고 규제할 것인가.

공직사회가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규제를 없애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정작 기재부 내 규제는 벽에 막혀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규제개혁, 혁신성장 모두 공무원이 변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국회를 국회의원들이 바꾸기 어렵듯이 공무원 스스로 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공직사회에 예전부터 민간전문가들을 채용하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아직도 부처별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만 자리를 내놓고 그나마 핵심 부서는 내부에서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상도 정책관의 말대로 타다만 혁신성장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민이 왜 타다 금지법이라고 하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 타다 이후 혁신성장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고민거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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