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송년회와 망년회

입력 2019-12-16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지난 금요일 프라이드치킨을 사러 동네 치킨전문점에 갔다. 저녁 6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단체 손님으로 보이는 이들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등 가게 안은 시끌벅적했다. 한 해의 마지막 무렵이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송년회를 하고 있으리라.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베푸는 모임을 송년회(送年會) 또는 망년회(忘年會)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망년회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원래 ‘망년(忘年)’은 ‘나이에 거리끼지 않고 허물없이 사귄 벗’을 의미하는 망년지우(忘年之友) · 망년지교(忘年之交)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쓰였던 긍정적 의미의 단어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망년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1400여 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 한 해 동안 괴롭고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자는 의미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망년(忘年)이라는 단어에 회(會)를 붙여 망년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은 망년회를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므로 망년회 대신 ‘송년회’, ‘송년모임’ 등으로 순화해서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순화어가 있는데 굳이 일본식 표현을 쓸 필요는 없겠다.

송년회는 한 해의 마지막 무렵에 그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서로 나누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갖는 모임을 의미한다.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모임이므로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망년회는 한 해 동안 있었던 온갖 괴로움을 잊어버리자는 뜻으로 갖는 모임이므로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2019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자. 가족, 친구, 동료 등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던 추억도 많이 있었으리라. 송년회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나누며 2019년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종합] 다우지수 사상 최고치…뉴욕증시, 월가 출신 재무장관 지명에 환호
  • [날씨] 제주 시간당 30㎜ 겨울비…일부 지역은 강풍 동반한 눈 소식
  • '배짱똘끼' 강민구 마무리…'최강야구' 연천 미라클 직관전 결과는?
  • 둔촌주공 숨통 트였다…시중은행 금리 줄인하
  • 韓 경제 최대 리스크 ‘가계부채’…범인은 자영업 대출
  • 정우성, '혼외자 스캔들' 부담?…"청룡영화상 참석 재논의"
  • "여보! 부모님 폰에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해드려야겠어요" [경제한줌]
  • 갖고 싶은 생애 첫차 물어보니…"1000만 원대 SUV 원해요"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11.26 15:1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1,717,000
    • -2.79%
    • 이더리움
    • 4,762,000
    • +1.88%
    • 비트코인 캐시
    • 699,000
    • -1.41%
    • 리플
    • 2,002
    • -0.84%
    • 솔라나
    • 331,800
    • -5.06%
    • 에이다
    • 1,360
    • -6.14%
    • 이오스
    • 1,164
    • +1.04%
    • 트론
    • 278
    • -3.81%
    • 스텔라루멘
    • 686
    • -6.1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300
    • +0%
    • 체인링크
    • 24,410
    • -2.94%
    • 샌드박스
    • 923
    • -15.9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