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중근(78) 부영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 중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6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원심 구형과 같이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1심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기업 활동에 따른 시행착오나 관행적 불법에 대해서는 정상을 참작해 처벌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 사건은 기업 비리가 아닌 개인 비리”라며 “불가피한 상황이나 관행 등을 운운하는 것은 성실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다른 기업가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 사법은 형평과 균형에 맞게 피고인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어떤 죄를 범했는지에 따라 형이 정해져야 한다”며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지은 죄에 맞게 처벌됨으로써 정의가 구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회장은 예전 횡령 범행에 대해 집행유예라는 반성의 기회도 있었으나 스스로 저버렸다”며 “일반 국민은 그렇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피고인은 그런 기회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의 최초 수사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심에서 출발했으나 (비자금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을 보더라도 제3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 회장은 부영그룹을 이끄는 경영인으로 전체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법과 규정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며 “외부 준법감시인 등을 통해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이사 업무 전반에 관해 준법경영 체제를 완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30대 젊은 시절 운영하던 상장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주주와 임직원 등 다수 관계자에게 큰 피해를 입힌 적 있는데, 주인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상장하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며 “저를 믿고 따라준 임직원에게 또 누를 끼치게 돼 부끄럽고 송구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어 “법을 지키는 회사, 그래서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놓고 은퇴하려고 한다”며 “마지막으로 잘 정리할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4300억 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이때 인정된 범죄 금액은 횡령 366억5000만 원, 배임 156억9000만 원 등이다.
부영 계열사들이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가를 부풀려 임대아파트를 분양하고 부당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