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19년 ‘올해의 한자’는 ‘레이와’의 ‘레이(令)’자로 결정되었다. 이에 대해 12일 스가 관방장관이 ‘올해의 한자’로 ‘레이(令)’자가 선정된 것에 자신도 일조했다고 생각해 기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금방 기자들의 질문이 ‘벚꽃 스캔들’로 옮아갔다. 그러자 스가 관방장관은 벚꽃을 나타내는 한자 ‘사쿠라(櫻)’에 대해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다”고 푸념했다. 답변의 달인으로 불려온 스가 관방장관도 이번 ‘벚꽃 스캔들’에 대해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많이 쏟아냈고 연일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벚꽃 스캔들’을 스스로 인정하는 듯한 스가 장관의 발언들로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추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론조사의 동향을 보면 교도통신이 14~15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7%로, 11월 조사보다 6.0%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43.0%로, ‘지지한다’에 역전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1년 만이다. 정부 주최의 ‘벚꽃을 보는 모임’을 아베 총리가 사유화했고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 ‘총리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가 83.5%에 달했다. 그리고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4선에는 반대 응답이 61.5%에 달했다. 내각 지지율 하락은 2개월 연속이고 10월과 비교하면 총 11.4%포인트나 하락했다. 심상치 않은 하락폭이다.
한편 한일 간의 수출규제 문제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소식이 들어왔다. 한일 양국 정부는 16일 수출규제를 둘러싼 국장급 정책 대화를 3년 반 만에 재개했다. 일본이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 관리를 강화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 측이 요구한 수출 관리 강화의 재검토 등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지만, 양국 모두 상호 이해가 진전됐다는 인식을 밝혔다. 한일 양국은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해 다음 모임은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회의 종료 후 “양국의 수출관리제도와 운용에 대한 새로운 개선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것을 포함해 앞으로도 수출 관리 정책 대화와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다음 회의가 가까운 장래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에서는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 일본은 이다 요이치 무역경제협력국 무역관리부장 등이 참석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5시였던 종료 예정 시간을 3시간 이상 넘겨 오후 8시를 지나 종료됐다. 이다 부장은 “현시점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 엄격화 해소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자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적인 회의 흐름을 평가한다면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해제를 향해 일보 나아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 측에서 한국 측에 확인하고 싶은 부분은 전략물자 등이 북한 등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는지, 그리고 한국의 수출 관리 체제 자체에 미흡한 적이 없는지 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원래 일본 측은 강제징용자 판결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들어갔지만 이후 수출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말을 바꾸었고 강제징용 문제와 수출규제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므로 바꿔 말하면 한국 측 수출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지면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이어갈 명분이 사라진다.
한편 아베 총리는 24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일정상회담을 스스로 어필하는 등 ‘벚꽃 스캔들’로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해 외교적 성과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일 양국이 우호 관계 회복을 위한 궤도로 돌아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