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자율포장대 논란 왜? '폐플라스틱' 수입 대국된 한국

입력 2019-12-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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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000톤…폐플라스틱 넘치는데, 일본서 쓰레기까지 수입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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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는 친환경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비닐봉투와 달리 마트에서 버려지는 종이박스를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대가 사라진다. 구입한 상품을 포장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노끈이나 테이프를 붙이게 되고, 결국 재활용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테이프를 떼내면 되지 않냐고? 테이프를 떼어내는 비용보다 소각 비용이 훨씬 더 싸다.

대형마트는 소비자의 불편을 이유로, 종이상자는 남겨두고 테이프나 노끈을 없애겠다는 입장도 보였지만, 정부는 자율포장대를 치우는 원래의 협약을 그대로 시행키로 했다. 소비자의 불만도 있겠지만, 플라스틱의 남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업계와 체결한 자율협약의 시행시기를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플라스틱, 대체 얼마나 사용되길래?

테이프나 노끈을 사용해봤자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치는 우리가 그간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했는지 알려준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서만 소비하는 테이프, 노끈 등 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658톤에 달한다. 평균 몸무게가 4톤인 코끼리로 따지면, 164마리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형마트 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국가다. 2015년 기준, 세계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 순위에서 한국은 국민 한 사람당 1인당 132.7kg으로, 벨기에(170.9kg)와 대만(141.9kg)에 이어 3번째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국토가 넓고, 국민이 많은 일본과 중국은 물론 서유럽 전체를 합한 양보다도 많다. 하루에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은 2012년 5704톤에서 2017년 8162톤으로 약 3000톤이나 늘었다.

문제는 이렇게 폐플라스틱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막대한 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폐플라스틱은 무려 15만 톤을 넘었다. 수출량(6만7441톤)의 두 배를 넘는다.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2017년까지는 수출이 수입보다 3배 이상 많았지만, 최근 역전됐다. 이는 재활용에 드는 비용보다 깨끗한 폐플라스틱을 수입해 재활용하는 게 더 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칼을 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에 환경부가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시키기로 했다.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됐고, 플라스틱 빨대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올해 4월부터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비닐 포장이 물건을 감싸고 있다. 없어도 상품을 소비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홍인석 기자 mystic@)
▲비닐 포장이 물건을 감싸고 있다. 없어도 상품을 소비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홍인석 기자 mystic@)

◇그럼에도 주변에 넘쳐나는 플라스틱…배달 식품ㆍ비닐 포장

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크고 작은 플라스틱이 여전히 주변에 많다. 대표적으로 배달음식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용기다. 재활용하기도 어려운 비닐 포장도 문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가 2500만 명이나 되는 오늘날, 한 번 음식을 주문하면 플라스틱 용기가 서너 개는 기본으로 딸려온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불필요한 비닐 포장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쇄물, 인공눈물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물건들에 비닐포장지가 덮여있다. 관련 업체들은 "상품의 훼손을 막고 '새것'의 느낌을 주려는 방법"이라고 항변하지만, 실제 쓰임새는 거의 없다. 환경오염 주범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은 안 쓰는 게 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닐 포장처럼 일회용 플라스틱은 재활용조차 되지 않는다. 비닐 종류가 워낙 다양해 분리하기 쉽지 않고, 이물질이 묻으면 그대로 소각된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해안가에서 바다거북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해안가에서 바다거북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해외도 '플라스틱 대란'…세금 물리며 적극적 규제 나서

해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대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각 시 독성 물질이 배출돼 대기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용 규제를 넘어 세금을 물리면서 생산을 줄이고 소비 억제를 유도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일회용 플라스틱병에 최대 22펜스(약 327원)의 추가 세금을 물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재활용을 위해 점포에 가져가면 돈을 돌려준다. 덴마크와 스웨덴, 독일 등에서 시행 중인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탈리아도 2020년 예산법안에 '플라스틱 세'(Plastic Tax)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생 플라스틱을 제외하고 배출되는 플라스틱 1kg당 1유로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이탈리아 정부는 플라스틱 세 도입으로 내년도 18억 유로(약 2조3666억 원), 내후년에는 20억 유로(약 2조6296억 원)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는 오늘날, 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생활 속 습관이 아닐까. 다가오는 새해에는 각 영역에서, 작은 것에서부터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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