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벌그룹 회장이 이혼 위자료로 무려 1조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떴다. 상상이 가지 않는 금액이라 실감이 나지 않지만 결혼만큼 이혼도 정말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뭐 돈 없는 사람이야 남의 나라 얘기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확 뜨이는 명작 하나를 발견했다. 신산스럽고 참담한 이혼의 과정을 냉철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고 그려낸 영화 ‘결혼 이야기’ 얘기다.
최근 봉준호 감독이 올해 가장 볼 만한 영화로 이 작품을 꼽았고 내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는 남녀 주연배우(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를 일찌감치 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하였다 하니 기대를 가지고 볼 만하다. 제작은 의외로 넷플릭스가 맡았다.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영화만을 제작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웰메이드 명작도 만들어낸다. 영화팬으로선 반가운 일이다.
사실 영화의 제목은 ‘결혼 이야기’이지만 내용은 이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전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생각나지만 ‘결혼이야기’는 변화된 시대에 조응하여 이혼을 바라보는 방식도 신파를 벗어나 보다 현실을 직시해낸다.
▲결혼이야기
사람들은 단지 결혼 적령기에 사랑에 빠진 상대방과 결혼을 하지만 평생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 데는 대부분 실패한다. 변덕스런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선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저 무늬만 부부처럼 살아가는 건 타인의 눈총이 싫거나 재산분할로 그동안 쌓았던 재산이 거덜나는 게 두렵거나 아니면 그놈의 자식 때문이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의리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잔인한 말인가? 황혼 이혼율이 점점 높아가는 시대에 부부로 사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연말에 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