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LA다저스 류현진에게 배우는 해법, 지금은 ‘팀 배팅’ 할 때

입력 2019-12-2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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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자본시장2부장

 “이미 인류는 나무의 낮은 곳에 달려 있어 쉽게 딸 수 있는 과일(low hanging fruit)을 모두 먹어치웠다.”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의 타일러 코웬 교수(경제학)가 ‘거대한 침체’라는 저서에서 한 말이다. 지금은 높게 위치해 따기 힘든 과일(high hanging fruit)의 시대라는 얘기다. 그만큼 과일(혁신)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치열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덩치 큰 선진국들, 틈만 나면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이웃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지난날 한국 경제는 꾸준히 덩치를 키워 왔다.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과거와 차원이 달라 보인다. 저성장·저물가·고령화 등 단기에 해결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들이 갈 길 바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이주열 한은 총재는 공개석상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2% 내외로 예상된다”며 수정 전망했다. 2% 내외는 통상 1.9~2.1%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수출과 투자 회복이 지연됐고, 국내 소비 증가세가 둔화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를 넘긴다 해도 내년은 더 걱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전망을 1.9%에서 1.6%로 낮췄다. LG경제연구원은 1.8%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대사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높아지기에는 여건상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령화가 몰고 온 ‘연령지진(age quake)’은 또 어떤까. 고령화 속도 세계 챔피언이었던 일본을 가볍게 제칠 정도로 한국의 고령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이다. 인구구조가 경제에 보탬이 되는 인구보너스기는 이미 2012년에 끝났다. LG경제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2020년부터 노동의 잠재성장률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쯤 되면 소비도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구절벽’이란 말을 일반화시킨 미래학자 해리 덴트는 출생아 수가 가장 많았던 1971년생이 인생에서 소비 정점으로 분류되는 만 46세가 되는 2017년을 그 기점으로 봤다. 덴트는 일본의 경우 인구절벽으로 1989~1996년 소비정점을 지나면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내수 시장이 위축됐다고 주장한다.

 저혈압(저물가)에서 오는 디플레이션은 또 어떤가. 미국의 경제학자 피셔(계량경제학의 창시자)는 1933년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개념을 통해 장기 경기 사이클에서 부채와 물가를 가장 경계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호황 국면이 끝난 후 부채 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자산 가격 하락과 유동성 위축 등이 실물경제 침체와 물가 하락으로 퍼진다는 것. 이런 디플레이션에서 실질 채무는 불어나고, 채무자는 소비와 저축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실물경제 침체와 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게 부채 디플레이션의 요지다.

 길을 잃고 망망대해에서 헤매는 대한민국호가 살아날 방법은 없을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류현진(32·LA 다저스) 투수에게 어쩌면 작은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그는 올해 정규리그 29경기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놀라운 점은 류현진 선수의 타격 실력이다. 아마 경기 중계를 본 팬들이라면 공감할 거로 생각한다. 51타수 8안타(0.157)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1홈런 3타점이 있다. 상대 투수와 평소 대결 과정을 보면서 눈에 띄는 점이 한 가지 있다. 변화구는 철저하게 끝까지 기다리고, 직구에만 배트가 나가는 모습이다. 직구를 공략해 몇 번의 파울을 내더니 결국 안타를 쳐내곤 한다. 류현진 선수는 왜 철저하게 직구만 노리고 있었을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지만 그는 LA다저스의 제 1선발이다. 팀 내 누구도 류현진 선수에게 타자로서의 활약을 기대할 리 없다. 병살타만 안 쳐주면 잘했다고 칭찬받을 일이다.

 정부의 정책이 매번 홈런을 칠 수는 없다. 지금은 감세나 빗장(규제)을 풀어 기업들이 잘하는 부문은 더 잘하게 하고,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이나 사양 사업은 과감하게 퇴출해야 할 때다. 큰 것 한 방을 노리다 병살을 당하기보다는 철저하게 팀 배팅을 할 때란 얘기다.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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