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노리는 관료들… 관가 분위기 ‘뒤숭숭’

입력 2019-12-22 18:20 수정 2019-12-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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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도·전문성이 최대 강점… 여당, 관료영입 전략 따라 출사표… “현안 뒤로한 채 떠나” 쓴소리도

▲왼쪽부터 김용진 전 기재부 차관, 김경욱 전 국토부 차관, 문미옥 전 과기부 차관, 노태강 전 문체부 차관.
▲왼쪽부터 김용진 전 기재부 차관, 김경욱 전 국토부 차관, 문미옥 전 과기부 차관, 노태강 전 문체부 차관.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국회 입성을 노리는 관료 출신 인사들의 행보가 잰걸음이다.

관료 출신 인사는 ‘인지도’와 ‘전문성’이 모두 검증됐다는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선거 때마다 정치권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더욱이 중도층 공략을 위해 관료 영입에 공을 들이는 여당 선거 전략과 겹치면서 이번 총선 국면에서는 전현직 관료의 출마가 특히 많아졌다. 반면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여의도행(行)을 택하면서 관가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는 평가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김경욱(53) 국토교통부 2차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다. 고향인 충북 충주에서 출마를 준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충주 현역 의원은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은 고위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 지역을 중심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배치하는 방안이 적극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2일에는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고향인 경기 이천에서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달 김학민 순천향대 교수,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민주당에 입당한 뒤 선거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지역의 현역 의원은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송석준 한국당 의원이다. 두 사람이 총선에서 맞붙게 되면 관료 출신 대결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공식화하지 않은 전현직 관료 상당수도 ‘총선 라인업’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최근 자리를 떠난 문미옥 과기부 1차관과 노태강 문체부 2차관 역시 총선 출마가 확정적이다. 현 경제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본인은 뜻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취약 지역인 강원 춘천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도 출신지역인 대구 또는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무성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본인이 출마 의지를 보이거나 여당의 영입 의지가 강하다.

청와대 참모진 상당수가 역시 총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당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과, 고민정 대변인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도 장고 끝에 최근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김의겸 전 대변인, 박수현 전 대변인,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전직 청와대 관료 상당수도 이미 지역구에서 총선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출마설이 활발하다. 최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전남 나주·화순 지역구에서 민주당 공천을 신청하기 위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이번 총선 출마자로 거론되는 중이다.

장차관들의 총선 행렬을 바라보는 관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정부부처가 정치권 일정에 휩쓸려 현안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일례로 국토교통부의 경우 ‘타다 금지법’ 등 핵심 현안을 책임지던 김경욱 전 차관이 돌연 손을 놓은 것을 두고 내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문미옥 전 차관이 산적한 과제를 뒤로한 채 자리를 떠난 것을 두고 과기부에서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행정부 고위직을 거친 뒤 입법부로 ‘자리 이동’을 하는 관례가 굳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각 부처의 고시 출신 관료들은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국회에 입성한 선배들이 후배 관료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앙부처 고위관계자는 “‘퇴직 이후’에 대한 현실적 고민 속에서 정치권이라는 선택지 비중이 커진 것”이라며 “가고자 하는 정당의 입맛에 맞춰 일을 처리하게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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