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낮춰 잡은 일자리 극복 어렵다..문송하다 넘어 이송하다

입력 2019-12-23 06:00 수정 2019-12-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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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430만명 적정일자리 못찾고·30% 하향취업..10명중 8명 3년후도 하향취업상태

한 번 낮춰 잡은 일자리는 웬만해선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또, 하향취업률만 놓고 보면 문과생 취업이 어렵다는 자조적인 말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넘어 ‘예송하다’, ‘이송하다’는 말까지 나올 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하향취업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3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 취업을 위해 소위 가방끈은 길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좋은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못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의 재수·삼수도 합리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23일 한국은행 모형연구팀 오삼일 과장 등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대졸자는 1512만 명인 데 반해, 대졸자가 갈 만한 적정일자리로 분류되는 관리자·전문가·사무종사자 수는 1080만 명에 그쳤다. 432만 명이 학력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일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이 같은 하향취업률은 같은 기간 31%에 달했다. 2000년대 초 20%대 초반을 기록하던 하향취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25%를 돌파한 이래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이는 수급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00년부터 2018년 중 대졸자는 연평균 4.3% 증가한 데 반해, 적정일자리는 연평균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서 하향취업이란 취업자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의미한다.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상 요구되는 학력수준을 반영해 초대졸 혹은 대졸 이상 학력이 요구되는 관리자와 전문가는 물론, 고졸 이상 학력이 요구되지만 현실적으로 초·대졸자가 많은 사무종사자까지를 적정일자리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하향취업이란 초·대졸 이상자이면서 서비스 및 판매나 단순노무 등에 종사하는 것으로, 정규직·비정규직 혹은 대·중소기업 구분과는 무관하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2000년 1월부터 2019년 9월 중 평균 하향취업률을 부문별로 보면 성별로는 남성(29.3%)이 여성(18.9%)보다, 연령별로는 장년(35.0%)과 청년(29.5%)이 중년(23.5%)보다 많았다. 하향취업자의 직업분포는 10명 중 6명(57%)이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였다. 이어 장치 및 조립종사자(14%), 기능근로자(13%), 단순노무종사자(12%) 순이었다.

전공별로는 의약(6.6%)과 사범(10.0%) 계열은 하향취업률이 낮은 반면, 자연(30.6%), 예체능(29.6%), 인문사회(27.7%), 공학(27.0%) 등 문·이과·예체능은 전 분야에서 높게 나타났다.

오 과장은 “적정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여성은 아예 구직을 포기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질 가능성이 높고, 장년층은 고령화에 따라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만 원래 일자리 대비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청년층 역시 경력직을 선호하는 세태와 함께 신입으로 갈 만한 좋은 일자리 자체가 애초부터 적은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념과 달리 문과나 이과 등에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는 여성 비중이 많다. 앞서 밝힌 대로 취업이 어려울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향취업 고착화도 심화하는 추세다. 하향취업자가 적정취업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여전히 하향취업자로 남는 비율(2000~2017년 중 평균)은 1년 후 85.6%, 2년 후 80.3%, 3년 후 76.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적정취업으로 전환한 비율은 각각 4.6%, 8.0%, 11.1%에 그쳤고,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진 비중도 각각 9.8%, 11.6%, 12.9%를 기록했다. 2017년 기준 2년 후에도 하향취업을 유지할 확률은 90%에 육박한 87.5%였다.

하향취업자 평균임금(2004~2018년중)은 177만 원으로 적정취업자 평균임금(284만 원)보다 38% 낮았다. 임금분포도 하향취업자 임금은 150만 원 주변에 집중된 반면, 적정취업자는 150만~450만 원 구간에서 넓게 분포했다.

오 과장은 “대졸자의 30%는 오버에듀케이션(과잉 학력) 문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경직적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과잉 학력 역시 (취업난에)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청년층으로 하여금 노동시장 진입 시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도록 만드는 유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직업교육 강화와 필요 이상 고학력 현상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제도개선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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