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고가주택 취득자의 민낯

입력 2019-12-24 05:00 수정 2019-12-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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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조이스 메이나드는 ‘좋은 집이란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제아무리 허름한 집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면 좋은 집이지만, 구매의 매개가 되는 집은 좋은 집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고가의 주택을 구매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모여 살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 않다. 소수의 사람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 수에 따라 행복의 척도를 셈하고, 또 다른 소수의 사람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국세청이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3일 국토부․지자체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로 통보된 탈세의심자료와 최근 고가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출처를 전수 분석한 후 탈세 혐의가 짙은 고가주택 취득자 257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선정된 이들의 탈세 혐의를 보면 ‘있는 놈이 더 한다’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일례로 소득이 전혀 없는 30대 여성 A씨는 고급빌라를 취득하면서 부모로부터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후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대 초반 사회초년생 B씨는 3개의 주택을 취득하면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모친 등으로부터 취득자금을 편법증여 받은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요식업을 운영하는 20대 C씨도 신고소득이 높지 않음에도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해 사업소득 누락을 누락하고, 편법증여 받은 혐의를 이번 조사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다. 40대 의사 D씨는 배우자와 함께 고가의 아파트를 공동 취득하면서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았음에도 차입금으로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고 있다.

이 밖에도 20대 중반 직장인 E씨는 서울 주택을 취득하면서 취득자금 80%를 모친으로부터 차용한 것으로 허위신고해 증여세 탈루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 집 마련이 평생의 꿈이라고 말하는 서민들에게 이들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금수저로 태어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손쉽게 이루는 이들이 그 와중에도 탈세를 자행하는 이유 또한 무엇일까.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착한 일을 베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상식한 일부 금수저들로 인해 뜻하지 않게 도매급을 묶여(?)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런 불합리한 고리의 틀이 깨졌으면 좋겠다. 분명한 것은 부자도 등급이 다르다.

성실 납세하는 부자는 국가 경제를 살찌우지만, 탈세하는 부자는 국가 경제를 좀 먹는 벌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전자의 부자는 주택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반면 후자의 부자는 주택을 부의 척도 또는 투기의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세청은 (고가주택 취득자) 이번 세무조사에서 금융조사 등을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원 흐름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부모 등 친인척 간 자금흐름과 사업자금 유용 여부까지 면밀히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차후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조사대상자에 오른 이들이 탈세는 범죄라는 인식과 좋은 집은 구매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길 기회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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